조재형 시인 / 파양
그가 우리 가문에 입적된 시기는 아내의 사십주년 생일 무렵 일게다. 그의 입양으로 집안은 바람 잘 날 없다. 피 한 방울 섞지 않은 그에게 애정 행각이 넘친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울음보 아내는 달려가 어르고 달래고 소곤소곤 거린다. 외출할 때도 그녀를 늘 따라 붙는 찰거머리, 조촐한 살림에 양육비가 만만치 않다. 자동이체 출금 내력으로 부부싸음이 잦아졌다. 아내의 편애로 가족 간 대화는 끊긴지 오래 남은 가솔들의 상처가 깊어 간다. 아무래도 결단을 내릴 때가 이르렀다. 꺼져 가는 화목 보일러를 재가동하기 위해 관할 대리점에 해지 신청을 해야겠다. , , 스마트폰 너 이놈!
조재형 시인 / 하루의 사용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들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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