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시인(속초) / 등이 가렵다
버림과 비어 있음의 경계선은 어디쯤일까
요즘은 자꾸 등이 가렵다 뒤꿈치 치켜들고 몸을 비틀며 어깨 너머 허리 너머 아무리 손을 뻗어 뒤틀린 생각만 가려움에 묻어 손끝에 돋아난다
나와 내 몸 사이에도 이렇듯 한 치 아득한 장벽이 있다는 것이 두렵고 신비스럽다
빛과 어둠,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 정수리 어디쯤 죽음에 이르러야 열리는 문이 외롭게 버티고 있는 것 같고 때론 소슬바람에도 쉬 무너질 것 같은 그 무엇이 내 안 어딘가 덜컹거리고 있다.
등이 가려울 때마다 등줄기 너머 보이지 않는 길들이 그립다
-시집 <등이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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