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원 시인 / 낙타에게
물컵에 담긴 허연 양파 뿌리
눈물도 수경재배가 되나
껍질이 너무 얇아 겹겹 싸매 둔 두려움
끝 모를 양파 속 사막 모래알 하나 보이는 곳까지 갔다가 낙타 등에 업혀 휘청 돌아오는 빗소리
긴 속눈썹에 쌓인 모래먼지가 무거워 낙타가 울 때 전갈 독 퍼진 일곱 개의 다리로 무지개 일어선다
수경재배 된 속눈썹으론 무지개를 볼 수 없는데
유리컵 하나에 어떻게 신기루를 담나
양파 하나로 어떻게 슬픔을 경작하나
이인원 시인 / 처방
집 떠나는 엄마는 매미허물 벗듯 옆구리를 찢고 자신을 한 겹 벗어두고 간다
볼리비아 안데스산맥에 사는 치파야족 엄마는 막내만 업고 칠레로 돈 벌러 가고 아빠와 남겨진 사내아이 둘, 엄마가 보고 싶다 조르면 엄마 옷을 빤 물을 먹인다고 효과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호히 “그럼요” 라고 대답하는 젊은 아빠
차마 발걸음 떼놓지 못한 엄마는 대신 살점 떼어내듯 아프게아프게 눈물범벅 영혼 한 벌 벗어놓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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