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과니 시인 / 대나무 영토
가득함교敎에서 텅텅 비움교敎로 개종한 부족들 마디와 마디 사이에 푸른 여백 들이고 사는 죽녹원에 드는 날 인류는 하나의 부호가 된다. 하고 마디와 마디 사이 푸른 여백으로부터 달 응응 솟아오르면, 달이 솟아서 마음 두근거리면. 자꾸 두근거려서 수수 만 마디들이 사무친 가슴과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달 아래 모이면, 대는 제 여백을 꺼내어 당신 여백에 포갤뿐더러 그 영토에 텅 비웠으므로 가득한 나라 가는 길 제시하는 푸른 화살표 파종하고 담양 담양 선다.
-시집 『내 지갑 속으로 이사 온 모티브』 2017
송과니 시인 /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
살아남기 위한 존재 뱀, 그의 독은 생존의 미학.
독보다 더 독한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뱀 숱하게 휘갈겨 놓았다. 신이 그랬다. 때문에 통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 수없이 뱀에게 물려본 존재
그 증표인 눈물 속에 독이 흥건하기 때문이다. 눈물은 독의 수분이다.
그 노래가 독사와 독사의 득 사이로 건너다니는 한밤중 검은 들바람의 종(鐘)이 된 저 달.
독의 해독(解讀) 찾아서 사자(死者)가 눈뜬 것인가.
생존의 미학에게 물려 죽은 생존의 미학 위하여 종이 흐른다. 독으로 가득한 눈물로부터 홀연 솟아난 달빛이 바르르 그 종을 녹인다. 검은 비문(碑文)들 사이로 종소리 굴러다닌다. 그로 말미암아
죽은 지 55년 만에 부활한 생존의 미학 그 독을 해독(解讀), 해독(解毒)하며
짙고 깊고 높게 피어오르는 것 저 밤 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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