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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과니 시인 / 대나무 영토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4.

송과니 시인 / 대나무 영토

 

 

가득함교敎에서 텅텅 비움교敎로 개종한 부족들

마디와 마디 사이에 푸른 여백 들이고 사는

죽녹원에 드는 날 인류는 하나의 부호가 된다.

하고 마디와 마디 사이 푸른 여백으로부터 달

응응 솟아오르면, 달이 솟아서 마음 두근거리면.

자꾸 두근거려서 수수 만 마디들이 사무친

가슴과 머리를 하늘로 향하고 달 아래 모이면,

대는 제 여백을 꺼내어 당신 여백에 포갤뿐더러

그 영토에 텅 비웠으므로 가득한 나라 가는 길

제시하는 푸른 화살표 파종하고 담양 담양 선다.

 

-시집 『내 지갑 속으로 이사 온 모티브』 2017

 

 


 

 

송과니 시인 / 한밤중에 울리는 종소리

 

 

살아남기 위한 존재 뱀, 그의 독은 생존의 미학.

 

독보다 더 독한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뱀

숱하게 휘갈겨 놓았다. 신이 그랬다.

때문에 통 잠을 이루지 못하겠다.

수없이 뱀에게 물려본 존재

 

그 증표인 눈물 속에 독이 흥건하기

때문이다. 눈물은 독의 수분이다.

 

그 노래가 독사와 독사의 득 사이로

건너다니는 한밤중

검은 들바람의 종(鐘)이 된 저 달.

 

독의 해독(解讀) 찾아서

사자(死者)가 눈뜬 것인가.

 

생존의 미학에게 물려 죽은 생존의 미학

위하여 종이 흐른다. 독으로 가득한

눈물로부터 홀연 솟아난 달빛이 바르르

그 종을 녹인다. 검은 비문(碑文)들

사이로 종소리 굴러다닌다. 그로 말미암아

 

죽은 지 55년 만에 부활한 생존의 미학

그 독을 해독(解讀), 해독(解毒)하며

 

짙고 깊고 높게 피어오르는 것 저 밤 아지랑이.

 

 


 

송과니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본명: 송의철. 백제예술대학교 극작과 졸업. 2002년 《현대시》신인추천작품상을 통해 등단. 2015년 시집 『도무지』를 발표하며 필명 바꿔 다시 등단. 2010년 수주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으로 『밥섬』(2016)과 『내 지갑 속으로 이사 온 모티브』(2017) 『홀몬전서』가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