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미 시인 / 아무런 날
새가 창문에 똥을 찍ㅡ 싸고 날아가고 어디선가 청바람이 설렁설렁 불어오고 햇빛, 그 환한 길 따라 꽃물결이 일렁이고 누군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눈부신 포옹을 하고 나는 화장실에서 먼 훗날을 경쾌한 속도로 스케치하고 하루치 입속의 행복이 노을빛 완경으로 익어가고
저녁에는 눈꺼플이 쉬이 나른해지는 아이처럼 두 손 꼬옥 붙들고 꿈나라에 들고 그렇게 아무런 일도 없이, 얼룩도 없이
문현미 시인 / 봄소식
바닥이 환히 드러나 보이는 호수에 물닭 몇 마리 유유히 물길을 내고 있다
날개 밑이 슬그머니 부풀어 올라 물 낯바닥이 자꾸만 간지럽다
참 파릇한 봄날 아침에 물안개 피어오르는 편지 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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