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연 시인 / 꿈꾸는 문신
일찍 담배를 나눠 빨며 주먹부터 키운 그 녀석 한자도 기타도 아닌 용 한 마리 속성으로 새겼는데 불법 시술인지 사용 부족 탓인지 목덜미 집어넣고 꼬리 숨기고 다니는 꼬락서니 조폭 아니면 양아치라도 되어야지 어린 딸과 눈 멀어가는 조모 곁에서 치매 노인에게 멱살 잡혀가며 두 손 포개는 용의 계보를 생각한다며 그럴 수 없어 속옷을 뒤져서라도 꼬투리 털어보려는 이웃의 호기심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더욱 매연 뿜는 트럭에 만물 싣고 담벼락에 전 펴는 잡동사니 그 속엔 투박스런 식칼부터 과도, 연필 깎는 칼까지 검지로 칼날의 먼지를 스윽 닦아보는데 권태롭던 시간이 꿈틀, 냄비를 고르던 여자가 움찔, 앉은뱅이 거울이 집요하게 사내의 티셔츠 앞 단추를 풀려고 덤비는 언젠가 날아오를 그날 지금 문신은 꿈꾸는 중
김효연 시인 / 폭염은 모른다
살 거도 아이맨서 와 자꾸 물어 쌌노 하기사 살 사람 거트면 이래 묻지도 안것제 씰데없이 이 염천에 댕기맹서 보리밥 한 그릇 묵고 일일이 답할라카이 내사 마 입에서 당내가 나거마
얼굴이 벌겋게 익은 노파 입이 좌판에 늘어진 갈치보다 더 날카로워진다
그럼 가격을 붙여 놓지예
글을 알아야 씨제 지나내나 씨지도 익지도 몬하는데 그람 또 아는 사람한테 실은 소리 해야 안하나
옆 좌판의 노파는 어린 갈치 대가리를 한꺼번에 자르며 그중 나은 건 밀가루 묻혀 굽고 나머진 졸이라며 칼 잡은 손이 연신 이마 땀을 훔친다
혀가 녹아내려도 두 할머니는 폭염을 모른다 절대 알 수가 없다
변두리 시장 노점상 옆으로 마을버스 혀를 빼고 올라온다
―시집 『무서운 이순 씨』 (시와반시,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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