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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현지 시인 / 꿈꾸는 흙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2. 7.

김현지 시인 / 꿈꾸는 흙

-달 항아리의 꿈

 

 

빛도 어둠도 몰아낸 고행의 숯굴 속

구백, 천, 숨 막히게 타올라

연기마저 산화한 무형의 시간

차라리 황홀했습니다

뼛속에 다진 마지막 말도

한낱 불순의 무게

제 모습 버린 뒤에야 만나는

제 이름 지운 뒤에야 보이는

오, 마알간 목숨의 결정潔靜

꿈꾸는 자유만 허락하십시오.

 

 


 

 

김현지 시인 / 참 사랑은 백치 같아야

그 마음속 물샐틈없는 사랑이면 온다

그 마음 명경같이 맑으면 기어이 온다

잊지 않았으면,

잊히지 않았으면 언젠가는 꼭 온다

마음밖에 사립문 열어놓고

가슴속 복사꽃 이지러질 때까지

백치처럼 아둔하게

춘향이 마음처럼 일편단심이면 온다

그래, 그래, 그 마음 천지 간에 그대로 죽어도

한마음이면 그 사랑 다시 온다

 

 


 

김현지 시인

1947년 경남 창원에서 출생. 동국대 문예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연어일기』 『포아풀을 위하여』 『풀섶에 서면 내가 더 잘 보인다』 『은빛 눈새』 『그늘 한 평』이 있음. 제30회 <동국문학상> 수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수상. 국제펜한국본부이사, 한국문인협회 우리말가꾸기 위원회 위원, 한국시인협회회원. 유유동인 향가시회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