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채 시인 / 대들보
내가 태어나고 자라고 온갖 풍상을 함께 한 낡은 집 한 채 구십 년째 버티고 있는 대들보가 무너져 칡넝쿨에 덮일 것만 같아요 허리협착증과 무릎 관절염과 근육파열로 엉덩이와 다리에 바위를 매단 것 같아 열 번 스무 번 마른 몸을 비틀다가 겨우 일어나는 어머니 팔에도 쇳덩이를 얹은 것 같아 일상이 고통입니다 자식 여섯 먹여 살린 젖가슴은 배꼽까지 늘어졌고 짓무른 눈빛 창문 밖 자동차 경적이 무시로 울고 가네요 비로소 일손을 놓고 발끝을 세우고 누운 어머니 명절 지나 북적대던 자손들 떠나니 집안 가득 고인 소리 간절히 듣네 층간 소음마저 다정합니다 나는 하릴없이 구부러진 지렛대 하나 들고 이리저리 서성일뿐입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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