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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송포 시인 / 눈과 물이 하나가 될 때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3.

김송포 시인 / 눈과 물이 하나가 될 때

그녀가 전화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무서워요

 

문을 무심코 열었을 때 지진 같은 흔들림을 예측할 수 없었어요

평화로운 눈이 물이 된다고 말을 했다

 

실은 거짓말 같은 위로다

 

가녀린 미소 뒤에 슬픈 옷을 걸치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물이 될 수 있을까

여자의 뒷모습을 자꾸 보게 된다

 

목소리 작은 여자의 목이 내 몸보다 길어질 때

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으나 상황을 모른 척,

 

너와 나의 관계는 몇 미터 거리에 두어야 완전해질까

 

처음 들어본 전화기 속의 흐느낌을 만져본 적 없다

 

멀어져 가는 시처럼

눈물을 받아 적을 수 있다면 슬픔이 사라질까

 

그녀의 소리를 들으며 목이 잠겼다

목소리를 기억할게

 

한 번도 만나지 않고도 가까워질 수 있는 행성이라면

언제라도 받아 줄 준비가 되어 있어

힘들 때 찾아 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지구 저 편의 눈물

웹진 『시인광장』 2023년 2월호 발표​

 


 

김송포(金松浦) 시인

전북 전주에서 출생, 2013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집게』 『부탁해요 곡절 씨』 『우리의 소통은 로큰 롤』이 있음. 포항소재문학상, 푸른시학상 수상. 제1회 상상인 시집창작지원금 수혜. 현재 '성남FM방송' 라디오 문학전문프로 <김송포의 시향>을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