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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글로벌칼럼] (124) 성주간과 노쇠해지는 교황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4.

[글로벌칼럼] (124) 성주간과 노쇠해지는 교황

로버트 미켄스

가톨릭신문 2023-04-23 [제3340호, 6면]

 

 

노년의 교황, 건강 상태 우려 속

교황이 이끌어온 쇄신과 개혁

시노달리타스 기대치는 높아져

교회 미래에 중요한 시점 다가와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교황청 인근 제멜리병원에 며칠 동안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다행히도 입원기간은 3일 정도로 길지 않았고, 이전에 입원했을 때보다 진단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교황은 2021년 7월 결장협착증으로 대장의 절반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고 10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교황은 성주간을 바로 앞두고 퇴원했다. 성주간은 주님 수난 성지주일로 시작하며,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 여러 전례가 거행된다. 교황이 성주간이 며칠 남지 않은 3월 29일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교황이 마라톤같은 성주간 전례들에 참례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몇몇 사람들은 교황이 더 이상 길고 성대한 전례에 참례할 수 없다면 교황의 직무를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황이 대중이 참례하는 미사를 주례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일이다. 주요 대축일 미사도 마찬가지다.

 

1940~1950년대 비오 12세 교황 시절 전례개혁이 동력을 받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주요 관심사가 되기 전까지만 해도, 교황이 대중이 참례하는 미사를 주례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미사에 함께한다고 해도 교황은 추기경 중 한 명이 주례하도록 하고 앉아서 공동집전할 뿐이었다. 이런 관습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여파로 바뀌었고,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대중이 참례하는 미사를 주례하기 시작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이나 로마의 본당 등에서 매주 주일미사를 주례했다. 하지만 말년 파킨슨병을 앓은 교황은 다시 예전의 관습으로 돌아가야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거동이 여의치 않아 이와 비슷하게 미사를 ‘공동집전’한다. 어쨌든 여기서의 초점은 로마의 주교가 교황직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전례를 주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황의 건강에 대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또 다른 한 가지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죽는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이와 건강 상태는 우리가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가늠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교황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주치의들에게도 정확한 정보 제공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는 교황이 어느 정도 병약한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교황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교황은 86세에 큰 수술을 받았고 비만이며 거동에 불편을 느낀다. 교황도 우리 모두도 현재 교황의 나이와 그의 병약도를 고려해 그에 대한 기대 정도를 재조정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교황직에 있는 동안 무엇을 더 이루길 바라는 가이다. 교황은 아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또래의 노인에게는 아주 힘든 일이다. 분명 활동적인 것은 중요하지만, 교황은 이제 자신의 에너지를 좀 더 전략적으로 쓰기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지금은 추기경단에도 중요한 순간이다. 특히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추기경들은 동료들 중 누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만한지 식별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는 책략이 아니라 사려 깊고, 상식적이며 미래의 교회를 사랑하는 행위다. 거기에 성령께서 결정적인 표를 던지실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은 공고하다는 것이다. 그는 가톨릭교회를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공의회 이후 초기에 일었던 영적 쇄신과 구조적 개혁의 길로 이끌었다. 그가 교황으로 선출되기 전 개혁 성향의 신자들이 가졌던 우려는 두 명의 교황과 군림하는 교황청, 교의적으로 완고한 주교들에 의해 무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뜨거운 쟁점에 대한 논의를 허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교황청과 세계주교시노드 안에서 이러한 논의를 밀어붙여 교회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교황이 선도하는 ‘시노달리타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보다도 더 전 세계에 더 길고 오래 지속되는 영향을 주고 있다. 공의회는 주교와 신학자문들의 모임이었지만, 시노달리타스에는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다. 이를 멈추거나 무시하기에는 가속도가 붙었고 신자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다.

 

공의회 이전으로 교회를 되돌리려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도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그저 주교들만 바꾸면 됐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달리타스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황은 전 세계 교회를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살고 나누는 신앙 공동체가 되도록 변모시키는 과정을 시작했다. 이 둥실둥실하고 할아버지같은 교황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이 길에 있을 지는 분명치 않다. 이는 가톨릭신자들과 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을 더 즐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