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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16)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

by 파스칼바이런 2023. 4. 25.

[가톨릭학교를 찾아서] (16)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

더불어 배우고 살아가는 학교…

“기다려 주시고 함께해 주신다”

가톨릭신문 2023-04-23 [제3340호, 20면]

 

 

상호 문화 이해와 가톨릭 정신

기본으로 한 기숙형 대안학교

내가 즐겁고 행복한 활동하고

포용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 건물 전경.

 

 

‘세계의 시민이 되십시오.’ 2018년 3월 1일 사랑의 씨튼 수녀회 창립자 성녀 엘리사벳 앤 씨튼의 교육 이념에 따라 설립된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교장 임은자 소화데레사 수녀)는 가톨릭 정신과 ‘상호 문화 이해’를 토대로 한 대안학교다. 1962년 농촌 지역 여성 교육을 위해 문을 연 성요셉 금릉 여자중·고등학교는 학생 인구 감소로 2016년 3월 문 닫았고,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 새로이 문을 열었다. 더불어 배우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세계 시민 양성을 위한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를 찾았다.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이 4월 14일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기억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문희진, 정은지, 이수민 학생(왼쪽부터)이 4월 14일 학교에서 양말목으로 방석 공예를 하고 있다.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 교장 임은자 수녀와 2학년 신동근 학생이 목공 교실에서 대화 중 웃고 있다.

 

4월 14일 오전, 전남 강진에 자리한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한자리에서 함께하는 활동에 한창이었다. 세월호 참사 9주기 추모 작품으로 학생들은 ‘아홉 번째 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노란 리본과 종이배를 접어 커다란 판에 붙였다. 4월 16일 당일 팽목항에서 추모와 위로를 위한 오카리나 연주 등을 펼치기도 한 학생들은 이러한 활동으로 더불어 행복한 삶을 고민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또래를 포함해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사랑과 연대’, ‘존중과 배려’, ‘열정과 도전’을 함께하는 활동으로 익히고 있었다.

 

■ 자기 성장 프로젝트

 

학생들의 이 같은 활동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전교생 26명, 학년당 한 개 반, 작은 규모의 성요셉상호문화고등학교는 기숙형 대안학교 공동체다. 모든 학생이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한 명 한 명 느끼고 널리 실천할 수 있도록 더불어 공부하며 생활하고 있다.

 

다 같이 하는 활동을 마친 학생들은 이날 저마다 교실 자리나 원하는 공간으로 가서 희망하는 활동을 했다. 학생들이 자신을 찾고 이해하고 성장하기 위한 ‘자기 성장 프로젝트’ 시간으로, 학생들은 양말목으로 방석 만들기, 텃밭 가꾸며 딸기 키우기 등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활동을 자유롭게 펼쳤다.

 

학생회장 이수민(아녜스)양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중학교에서는 그런 행복을 잊고 지냈다”며 “여기에서는 제가 소리 낼 수 있고 말할 수 있게 기다려 주고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봐 주고, 칭찬해 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를 항상 강조하기에 제가 행복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도 어떻게 도움이 될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양은 양말목 방석을 홀로 사는 어른, 이주 노동자 등에게 선물할 예정이라고 했다.

 

■ 공동 프로젝트

 

학교는 학생들이 더불어 살도록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주 1회 전교생이 하는 작업으로, 학생들은 올해 다 함께 창작 뮤지컬 공연을 펼친다. 12월 강진 아트홀에서 공연하기 위해 학생들은 현재 전문가에게 연기, 성악, 무용 등을 배우며 준비하고 있다. 전에는 벽화 등을 공동 진행한 학생들은 활동마다 ‘관계와 소통’에 중점을 둔다. ‘상호 문화 이해’ 담당 김대용(스테파노) 교사는 “상호 문화 교육은 과정에서 서로 존중, 관계 맺고 소통하는 것”이라며 “뮤지컬도 감정 표현이 중요하고 그걸 위해서 자신의 감정부터 알아야 하는데, 그 점이 이 교육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도 고립·배제되지 않고, 모두가 존중받는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판단보다 감정 중심으로 학생들을 대한다고 밝힌 김 교사는 “이렇게 하니 학생들이 사람들과 건강하게 소통, 관계 맺으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벽화 공동 프로젝트 때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 삶을 벽화로 묘사했다. 캠프를 갈 때도 지역 역사, 주민 삶 등을 주제로 직접 알아보고 탐방했다.

 

 

2학년 이준민 학생이 4월 14일 학교 내 텃밭에서 키우고 있는 딸기를 살피고 있다.

 

 

학생들이 올해 공동 프로젝트 창작 뮤지컬 공연을 위해 연습하고 있다.

 

■ 생명 존중, 포용

 

더불어 삶은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을 증거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함께 배우고, 행동하고, 산다. 학교에서 반려묘를 기르기도 하고, 해양 환경 정화 활동 등을 실시하기도 한 학생들은 올해 ‘반려동물부’ 동아리도 만들었다. 새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 동물을 살리고, 진로 탐색 등 여러 이유로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반려동물부장 문희진(가브리엘라·2학년)양은 “이곳에서는 생각의 표현이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 도와주신다”며 “전에 학교에서는 진로 찾는 것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정해진 진로에 관심이 많아 제대로 진로를 찾기 촉박했고, 하고 싶은 게 없어도 무조건 만들어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다 기다려 주시고 함께해 주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도적으로 계획, 결정, 실천하니까 책임감도 강해지고 진로도 더 금방 찾았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관련 봉사, 반려동물학과 선배와의 나눔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문양은 “학생 주도로 더불어 삶을 경험하니, 혼자 이익보다는 공동체를 더 강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 나를 알고 표현하고 가정에서부터 건강하도록

 

서로 차별·편견 없이 바라보고 포용하는 세계 시민 양성을 위해 학교에서는 앞으로도 자신을 알고 표현하는 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존중, 사랑하겠다고 강조했다.

 

학교장 임은자 수녀는 “세계 시민은 넓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하고, 자기 마음, 내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나를 보고 상대를 보려면 먼저 하느님 닮은 자신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수 있다”고 전한 임 수녀는 “서로 존경하는 환경 안에서 열매 맺기 위한 많은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역설한 임 수녀는 “작은 학교이기에 한꺼번에 많이 복음을 전할 순 없지만, 작은 씨앗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매를 맺어 갈 것이고, 계속 복음적인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씨앗을 뿌려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상담 전담 안미령(소화데레사) 수녀는 “아이들이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습대로 특히 영혼, 정신, 마음이 건강하게 살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이 원래 모습을 많이 잃거나 훼손, 상처받아 올 때 그 마음 회복에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해 가족까지 만나고 있다”며 “신앙 안에서 아이들이 나를 회복하고 성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계속 만나려 한다”고 안 수녀는 전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