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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 (58) 교회 안의 교육과 문화 3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세상을 읽는 신학]

(58) 교회 안의 교육과 문화 3

신앙, 아는 것 아니라 사는 것… 모든 삶의 자리가 신앙 교육의 장

가톨릭신문 2023-04-30 [제3341호, 14면]

 

 

진정한 교육은 삶으로 이뤄져

신앙 교육 역시 인격적이며

관계적 방식으로 이뤄져야

 

 

 

2020년 2월 의정부교구 남양주 별내본당 어린이가족 졸업미사에서 함께 기도하고 있는 가족들. 삶으로서의 신앙, 총체적 신앙을 교육하고 전수하는 방식은 단순히 앎과 지식을 교육하고 전수하는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 신앙 교육의 현실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신앙은 어떻게 교육되고 전수되고 있을까. 신앙을 교육하고 전수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예비신자 신앙 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신자들을 위한 지속적 신앙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교회 안의 신앙 교육은 주로 교리교육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내용에 따라 전개된다. 즉, 신앙 고백적 명제들에 대해, 전례와 성사에 대해,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삶에 대해, 기도와 영성에 대해 ‘교리적’으로 배운다. 신앙을 배우는 것과 교리를 배우는 것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뉘앙스와 강조점의 차이가 있다. 교리는 신앙에 대한 명제적 진술이며, 신앙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다. 교리를 배우는 일은 신앙 교육의 핵심이다. 하지만 신앙 교육이 교리교육으로 축소 환원될 수는 없다.

 

교리의 내용 안에는 성경과 교회 전통이 다 포함되어 있다. 성경을 공부하는 것과 교리서를 공부하는 것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 성경은 이야기다. 교리서는 딱딱한 명제들의 연속이다. 이야기를 통한 자연스러운 가르침과 배움.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명제들을 통한 규범적이고 지식적인 가르침과 배움. 무엇이 신앙 교육에 더 적합할까. 신앙은 이론과 앎이라기보다는 삶이다. 삶은 이야기를 통해 더 잘 전달된다. 그런데 오늘날 예비신자 신앙 교육은 교리 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앎과 삶은 연결되어 있고, 신앙과 교리 역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렇지만 교리와 지식을 통한 신앙 전수보다 신앙적 삶과 체험을 통한 신앙 전수가 더 중심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비신자 신앙 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세례를 받은 초보 신자들이 자주 호소한다. 세례 이후의 후속 교육이 없어서 신앙생활을 이어가기가 힘이 든다고, 또 주변 신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없는 경우에는 성당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이다. 솔직히 진단하면, 예비신자 신앙 교육 과정만으로는 신앙적 신념을 잘 갖지 못한다. 세례 이후의 의례적인 전례 참여만으로는 신앙을 성숙시켜 나가기 힘들다. 본당의 신심 단체, 친교 단체, 봉사 단체에 소속되어 신앙생활을 이어가지만 정작 신앙을 성숙시키고 심화시켜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교회 안에 지속적인 신앙 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공부하는 신앙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믿을 교리와 전례와 성사에 관한 지식적 가르침에 집중되어 있어서, 신앙을 실천하고 살아내는 신자들을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이 있다. 예비신자 교리 과정에 사회교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비신자 교리교육 과정 안에 인식적 차원의 지성적 동의를 강조하는 믿을 교리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신앙적 행동을 추동할 수 있는 사회교리에 대한 교육도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믿을 교리든 사회교리든, 교리에 대한 ‘교리적’ 교육만으로 정말 신앙을 살아내게 할 수 있을까.

 

■ 신앙의 방식으로 교육하기

 

신앙은 하느님을 알고, 느끼고, 닮고, 따르는 일이다. 신앙 교육은 하느님을 알게 하고, 느끼게 하고, 닮게 하고, 따르게 하는 일이다. 교리, 전례와 성사, 기도에 대해 교육하는 것은 교리를 삶의 모든 자리에서 실천하게 하기 위해서, 전례와 성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주님의 현존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기도의 수행을 통해서 주님과 통교하게 하기 위해서다. 교회의 신앙 교육이 이러한 목적과 지향을 자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칫 이론적 지식과 종교적 규범을 전달하는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점검해야 한다.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느끼고, 닮고, 재현하는 일이다. 신앙 교육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하고, 체험하게 하고, 닮게 하고, 재현하게 하는 일이다. 신앙 교육의 핵심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다. 신앙 교육의 방식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교육 방식을 닮아야 한다. 예수의 말과 행동과 태도, 즉 예수의 삶이 신앙 교육의 내용이며 방식이어야 한다. 사실, 예수의 신앙 교육 방식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가톨릭 교육학자 토마스 그룸의 「신앙은 지속될 수 있을까?」의 1장은 “예수님이 하신 것처럼 가르치고 배우기”를 다루고 있다. 프로테스탄트 학자인 트레비스 디킨슨은 자신의 책 「Logic and the Way of Jesus」에서 예수의 교육 방식과 논리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예수의 신앙 교육 방식에 대한 탐구와 그 적용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종교 교육 전문가들의 몫이다. 교회 안의 교육 전문가들은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정한 교육은 사람을 통해, 사람의 삶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람의 말과 행동과 태도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신앙 교육 역시 인격적이고 관계적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신앙은 신앙을 수행하는 삶을 통해 교육되고 전수된다. 신앙은 이론적 교리교육이나 신학적 지식의 교육보다는 인격적 체험과 만남과 대화를 통해 더 뚜렷하게 전수된다. 현행 신앙 교육은 이 사실을 자주 망각한다. 가정과 본당과 학교의 장에서 신앙을 교육하는 부모와 사목자와 교사들이 과연 신앙적 삶의 모습을 통해 신앙을 전수하고 있는 것일까.

 

■ 신앙의 총체성에 관한 교육과 전수

 

신앙은 신비이며 총체적이다. 신앙은 단순히 지식과 앎으로 환원될 수 없다. “신앙에는 ‘믿음, 관계, 헌신’이라는 세 가지 차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토마스 그룸) 신앙은 생각하고 동의하는 일이며, 느끼고 체험하는 일이며, 행동하고 실천하고 수행하는 일이다. 신앙은 신념과 행동과 태도를 포함한다. 신앙은 단순히 아는 것이라기보다는 사는 것이다. 삶은 모든 자리에서 일어난다. 삶으로서의 신앙 교육 역시 어느 특정 환경과 공간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모든 자리가 신앙 교육의 장이다. 삶으로서의 신앙, 총체적 신앙을 교육하고 전수하는 방식은 단순히 앎과 지식을 교육하고 전수하는 방식과는 달라야 한다.

 

신앙인의 내면에 신앙적 신념을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할 수 있는 교육의 방식은 무엇일까. 신앙인이 물질적 유혹의 환경 속에서도 굳건하게 신앙적 행위들을 실천하며 살아가도록 할 수 있는 교육 방식은 어떤 것일까. 어떻게 교육을 해야 사람과 세상을 향한 복음적 태도가 신앙인의 온몸과 온 마음에 배게 할 수 있을까. 그 교육은 분명 앎과 지식 중심의, 수동적이고 타율적인 교육은 아닐 것이다.

 

신앙 교육의 목적과 지향은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닮게 하는 일이다. 신앙은 삶 안에서 인격을 통해 전수된다. 신앙 교육의 내용만큼이나 신앙 교육의 방식도 중요하다. 이것을 끊임없이 기억하면서 신앙 교육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정희완 요한 사도 신부

   (가톨릭문화와신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