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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13

박일환 시인 / 김밥을 위한 연가 외 1편 박일환 시인 / 김밥을 위한 연가 옆구리 터진 김밥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애인은 못생겨도 내 애인이며 내가 품은 사상은 비록 허술해도 내 사상입니다 옆구리가 터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차마 터질까 봐 말지도 못하면 평생 남의 것만 얻어먹어야 합니다 당신은 당신의 김밥을 마십시오 나도 정성스레 한 줄의 김밥을 말겠습니다 정성이 부족해 옆구리가 터져나간 김밥은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당신에게 드릴 예쁜 김밥을 말 수 있을 때까지 나는 옆구리 터진 김밥을 사랑하겠습니다 못생긴 애인이 깔깔거리고 웃는 모습을 더욱 사랑하겠습니다 -시집 (반걸음, 2019) 박일환 시인 / 먼 나라 먼 나무 아래 서서 먼 나라를 생각한다 내 나라가 가장 먼 나라였던 한 사람을 떠올린다 그 사람이 만들었다는 선율과 통영 앞바.. 2022. 8. 12.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180. 복음과 사회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0.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93~94항) 사회 정의의 올바름은 이웃 사랑으로 식별돼야 한다 가톨릭신문 2022-08-14 [제3306호, 18면] 법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 하느님 법칙인 사랑으로 완성돼 이웃 향한 존중·배려 고려돼야 2019년 3월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행사에 참석한 이주민과 난민들이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진우: 데모하는 게 천벌 받으면 데모하게 만든 사람들은 무슨 벌 받습니까? 우석: 데모를 해서, 바뀔 세상이면, 내가 열두 번도 더 바꿨어. 세상이 그리 말랑말랑 한 줄 알아? 계란 아무리 던져 봐라 바위가 뿌사지나. 진우: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꼬. 바위는.. 2022. 8. 12.
<디카시>김백겸 시인 / 금계국(金鷄菊) 김백겸 시인 / 금계국(金鷄菊) 초여름 언덕이 초록궁전을 펼치다 황금 비단옷을 입은 6월이 눈앞에 드러나다 빛의 공주가 걸어가는 숲에는 호박 노리개 같은 패물 부딪히는 소리 웹진 『시인광장』 2022년 6월호 발표 김백겸 시인 1953년 대전에서 출생. 충남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 졸업.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기상예보〉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비를 주제로한 서정별곡』 『가슴에 앉힌 산 하나』 『북소리』 『비밀 방』 『비밀정원』 등과 시론집 『시적 환상과 표현의 불꽃에 갇힌 시와 시인들』 『시를 읽는 천개의 스펙트럼』 『시의 시뮬라크르와 실재(實在)라는 광원(光源)』이 있음. 대전시인협회상, 충남시인협회상 수상. 웹진 『시인광장』 主幹 역임. 현재 〈시힘〉, 〈화요문학〉 동인. 2022. 8. 12.
이언주 시인 / 간고등어 이언주 시인 / 간고등어 어물전 한 편에 짝지어 누운 한물간 고등어 속 다 덜어내고 상처에 굵은 소금 한 줌 뿌려 서로의 고통 끌어안고 있다 무슨 연으로 먼 바다를 떠돌다 한 생이 끝나도록 저렇게 누웠을까 지아비 품 크게 벌려 아낙의 푸르딩딩한 등짝 안고, 빈 가슴으로 파고든 아낙 짭조름하게 삭아 간다 남세스러운 줄도 모르고 대낮부터 포개고 누워있는 저 부부 눈도 깜박 않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언주 시인 2011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림자 극장』(2015, 현대시학)이 있음. 2022. 8. 12.
강준모 시인 / 습작기 외 1편 강준모 시인 / 습작기 비둘기는 목을 흔들며 플랫폼을 분주히 다닌다 기차는 아직 도착하지 않고 조팝꽃 같은 팝콘은 어디에도 없다 비둘기는 각자 흩어져 플랫폼에 깔린 정처 없는 햇살만 쫀다 사람들이 얼마나 다녔을까 반들반들한 바닥을 구구구, 비둘기는 타자를 치고 있다 온 몸을 흔들며 뱉어내는 소리는 델리만쥬 빵 같은 자음과 모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 간 긴 의자에 앉아 비행을 접고 팝콘 같은 언어를 찾는 비둘기를 본다 강준모 시인 / 개인택시 푸른 지도가 내장된 택시는 유목민이다 난봉꾼처럼 밀려오는 황사 가자는 대로 군말 없이 달리는 바퀴는 둥글다 지독한 외로움을 위해서 붉은 입술의 그녀가 내려도 욕망은 기억하지 않는다 가끔은 신이문 고가도로 교각의 습한 그늘에서 의자의 각도를 바꾸며 낮잠을 즐긴다 .. 2022. 8. 12.
한경옥 시인 / 돌팔매 외 3편 한경옥 시인 / 돌팔매 능수버들 가지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던 달 소금쟁이 뒷발질에 채여 허우적거리던 중 물수제비뜨며 날아온 돌에 맞아 산산이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한경옥 시인 / 오늘 너와 내게는 꽃도 열매도 아닌, 그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툇마루에서 시시덕거리는 봄 햇살 같은 -말에도 꽃이 핀다면(현대시학) 한경옥 시인 / 첫사랑 입김 솔솔 불어 새순 틔워주고 손 마주 잡아 이끌어주고 눈 마주쳐 얼굴 붉히게 하던 바람. 돌연 홀로 남아 바들바들 떨고 있는 마지막 이파리를 세차게 흔들어 차라리 떨궈놓고 돌아선다 한경옥 시인 / 친구 조심히 다뤘다고 해도 알게 모르게 긁히고 부딪쳤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저 혼자 아문 흉터들이 있을 것이다 손에 익어 자주 사용하는 냄비 찔끔찔끔 국물.. 2022. 8. 12.
김춘리 시인 / 구름의 낚싯밥 외 1편 김춘리 시인 / 구름의 낚싯밥 어디쯤 구름이 압축되고 있다 구름을 짜면 비가 나온다 가끔 삐져나온 번개가 땅에 떨어져 풀이 자라기도 한다 구름이 깻묵을 개고 있다 따끈함과 끈적거리는 것들을 뭉쳐 동글납작한 떡밥을 만들어 낚시 바늘에 끼운다. 폐곡선이 그어진 하늘, 구름의 어깨 위로 고소한 무늬가 퐁당거리며 구겨진다. 깻묵에도 씨가 있다. 굵고 실한 어종들이 입질하는 떡밥, 미끼에 걸려 한쪽으로 치우친 구름떼, 도랑을 콸콸 적시는 비를 뿌리기도 하고 떡밥 떨어진 미늘은 햇살 한줌 걸고 있다. 깻묵을 비비면 빗방울이 촉촉하다 시장입구 방앗간에서 깨 볶는 냄새가 고소하다. 이런 날 물고기들 튀고 비가 온다. 김춘리 시인 /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 들판의 지표면이 자라는 철 유목의 봄, 민들레가 피었다 민들레.. 2022. 8. 12.
장유니 시인 / 커플T 외 4편 장유니 시인 / 커플T 하는 일 없이 가끔 생일이 지워져 없어지는 여자와 별 볼일 없는 생일이 너무 자주 도래하는 남자 그들은 같은 달력을 같은 날 침 발라넘기며 불면(不眠)의 밤 불멸(不滅)의 자세로 다리가 나란히 꼬인 채 확실하게 뒤섞여 살았다 장유니 시인 / 이렇게 심심한 것들에 익숙해지면 낙타는 어쨌든 속눈썹 치켜세우고 발부터 떼야 한다는 걸 알게 되겠지 모래바람에 삼켜지지 않으려면 그래야지 태양에 달궈진 모래는 금방이라도 낙타를 삼킬 수 있거든! 어느 여름날 빗방울 몇 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까칠한 입술에 와 머뭇거렸지 비린내가 확 풍겼어 낙타눈썹에 매달린 코끼리들 때문일 거야 그 바람에 낙타의 혹을 끌어안고 잠들었던 별들이 단잠을 깼어 낙타는 생짜배기 별들을 한 움큼씩 뱉어냈지 한밤중 서늘한.. 2022. 8. 12.
전윤호 시인 / 또하나의 희망 외 3편 전윤호 시인 / 또하나의 희망 하나뿐인 아이가 외로워 보인다 맨손으로 지뢰밭을 돌아다니는 주제에 몇 십년 후가 걱정스럽다니 때론 낙관적으로 변하는 내가 우습다 만세를 부르며 잠든 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난 모험을 하는거라 생각했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주인공도 아니면서 수많은 행운을 필요로 하는 짓을 벌이다니 아내는 며칠째 몸살이다 혼자 자란 아이는 버릇 없대요 하나뿐인 희망은 위태로워 보인다 어두운 밖을 살피고 문단속을 하며 난 생각한다 두번째 아이를 가지는 일이 또 하나의 희망을 품는 것이 내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현관의 불을 끄면서 혹 돌아올지 모르는 고양이를 위해 문밖의 외등은 그냥 두기로 했다 -시집 중에서 전윤호 시인 / 단단함에 대하여 가을 배추밭을 보면 안다 중심을 향한 마음이 겹겹이.. 2022. 8. 12.
권위상 시인 / 바다 외 2편 [2012 시에 신인상 시 당선작] 권위상 시인 / 바다 1 바람은 늘 갯벌로부터 불어왔다 망각(忘却)도 수없이 반복한 일상의 중턱에서 살아간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거품을 튀기면서 일깨우던 바다 발목을 빠뜨리고 유년의 기억을 하나 둘 흔들어낸다 이 작은 항구가 꿈꾸어오듯 파도는 온몸으로 꿈을 밀어밀어 닿아야 할 그리운 나라로 손을 뻗치는데 새하얗게 부서지는 갈망 그리움이 닿아야 할 곳은 어디인가 낡은 전마선(傳馬船)이 어깨를 비비며 잠을 뒤척이는 새벽 네 시 우리가 지은 죄를 죄다 토해놓고 저 무수히 반짝이는 눈 별빛으로 어둠의 한켠에 내재율의 사랑을 모아본다 긴 호흡의 해저(海底) 일렁이는 침묵 속에서 만삭의 달은 갯벌에 달을 낳고 우리들의 가슴에도 포만의 달을 낳고 그리고 서서히 지워지는 안개.. 2022. 8. 12.
조향옥 시인 / 달항아리 외 4편 조향옥 시인 / 달항아리 달이 몸속에 들어왔다 나가고 나면 갯벌은 물때를 헛잡고 살았다 턱사리까지 물이 차면 울먹이고 허리사리까지 물이 빠지면 금방 잊었다 숨겨도 조석으로 드러나는 갯벌의 구멍집은 몸이 아는 갯벌이 전부였다 사리와 조금을 몰랐고 물고기길도 알지 못했다 갯바위 따개비처럼 딱딱거리는 낙지처럼 버둥거리는 그믐밤 허물 벗는 게처럼 다시 단단해지는 갯벌의 달이 달이 몸속에 들어왔다 나가고 나면 바지락 달랑게 새끼들이 발발거리는 갯벌의 구멍집에 헛잡고 모여 사는 어린것들 진액으로 모여 있고 젖은 몸 젖은 눈으로 갯벌은 갯벌로 누워 어디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비릿한 설움으로 다시 뻘이 되어 눕곤하는 것이었다 달이 몸 속에 들어왔다 나가고 나면 빠져나간 달이 허물만 남은 달에게 뻘이 되도록 오래오래.. 2022. 8. 12.
[길 위의 목자 양업] (31) 오두재에서 보낸 열다섯 번째 서한②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 (31) 오두재에서 보낸 열다섯 번째 서한② 신자들 현실 수준에 맞는 선교정책 필요성 피력 가톨릭신문 2022-08-14 [제3306호, 12면] 믿음을 위해 부와 명예 버린 김 베드로 사제 보자마자 대성통곡하는 광경부터 종일 경문 외우고자 애쓰는 노인들까지 꿋꿋이 하느님 따르는 신자들 모습 그려 하느님을 믿기 위해 험악한 산골에서 숨어 지내며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던 신자들에게 사제의 방문은 기쁨과 감격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사진은 배티성지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 기념 성당에 설치된 스테인드 글라스. 잔혹한 박해는 잦아들었지만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시기. “머지않은 미래에 종교의 자유가 선포되리라고 예언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고 밝힌.. 2022.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