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213 임곤택 시인 / 대흥사 가는 길 외 1편 임곤택 시인 / 대흥사 가는 길 숲에서 나온 길이 나를 앞질러 동백 사이로 사라지고 있었다 뼈를 묻을 곳을 찾는 늙은 동물처럼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쉼이 없었다 저 너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산 그림자와 함께 산을 넘은 바람은 숲에 머물고 알 수 없는 사실 조금은 알 듯도 한 무엇을 보았던지 상기된 꽃잎들이 연이어 숲을 나오고 나를 보더니 흠칫 놀라며 총총히 길을 건넜다 나무들이 울부짖듯 노래를 부르고 위태롭게 펄떡이던 잎들 위로 오랫동안 공중을 떠돌았을 시퍼런 영혼들이 막 새 몸을 얻어 힘겹게 반짝이고 있었다 모든 것은 명백해 보였다 동백숲으로 사라진 길은 돌아 보지 않았고 동백꽃만 검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 200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 임곤택 시인 / 밤의 북벌 軍馬를 끌고 간다 밤은 푸르지 않.. 2022. 8. 1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