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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313

박영하 시인 / 그대의 미소는 잠깐뿐 외 1편 박영하 시인 / 그대의 미소는 잠깐뿐 그대 눈에 비친 나의 삶이 안타까워 보여서 잠시 달래 주려는 마음으로 나를 기억하지는 마십시오 애절한 눈으로 잠 못 이루는 연민이 나를 감싸지는 못하니까요 오늘 그대의 미소는 잠깐뿐 언젠가는 거두어 가니까요 그림자에 가리워 보이지 않는다고 돌아서 가노라면 자꾸만 엷어지는 내 마음 나를 기억하지 마십시오. 박영하 시인 / 사랑 사랑이란 희생 땅을 파고 자신을 묻는 것 눈을 감고 귀를 막는 것 입을 다물고 눈으로 말하는 것 그리고 살을 가르는 것 無言의 침묵 박영하 시인 1955년 서울 출생, 1993년 월간 '순수문학' 창간. 현재 발행인. 한국시인협회 이사, 여성문학인회 이사. 저서 , 외 다수, 제33회 올해를 빛낸 최우수 예술인 상. 2022. 8. 13.
<디카시>김남호 시인 / 빈손 김남호 시인 / 빈손 결국 이런 날 올 줄 알았네라 저기가 바로 주막인데 이렇게 많은 황금을 갖고도 막걸리 한 잔 마실 수가 없는 날 김남호 시인 1961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 경상대학교 수학교육과 졸업. 화개중, 횡천중학교 등 수학교사. 2002년 《현대시문학》으로 문학평론 등단. 2005년 《시작》으로 시 등단. 시집으로 『링 위의 돼지』 『고래의 편두통』 『두근거리는 북쪽』, 평론집으로 『불통으로 소통하기』가 있음. 2022. 8. 13.
문영하 시인 / 청동거울 외 1편 문영하 시인 / 청동거울 다뉴세문경 가는 동심원 아래 아득히 전생으로 비치는 사랑 일만 삼천 겁劫 우주를 돌고 돌아 나오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섭씨 40도의 열병이 회오리치던 여름 발은 둥둥 떠가고 마주보는 눈빛 속에 비늘 푸른 물고기 헤엄치고 있었네 그 눈 잉걸불 일어 중천으로 튀어 오르고 싶었던 물의 성벽 콰르르 무너지고 청동거울 깊은 속 푸른 녹으로 서 있는 문영하 시인 / 불 뼈 없는 몸이 납작 엎드린 채 온돌의 입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홀린 듯 홀린 듯 내장 깊숙이 흘러 들어가는, 어둠을 먹고 냉기를 밀어내는 낼름낼름 혓바닥 같은 불이여, 불이여 샤먼의 주문인가 시뻘건 불이 해탈한다 어두운 골목길 고래*를 벗어나 벌떡 일어서는 불이 굴뚝으로 올라가더니 초혼의 흰 옷자락인 듯 나부끼며 뜨거.. 2022. 8. 13.
김정원 시인(담양) / 저녁 강 외 2편 김정원 시인(담양) / 저녁 강 해가 홍학의 다리 같은 임시고속도로를 낸, 바다에 민물을 수혈하는 강 하구는 바람이 우는 물결을 다리미질하고 지나간 색종이 그 푸르고 두꺼운 종이에 점자들이 볼록볼록 자맥질하며 문장을 쓴다 미끄러지듯이 손으로 만지려 하면 점자들이 푸드덕 날아가 버릴 것이기에 둑에 인기척 없이 흔들림 없이 고사목 되어 서서 눈으로만 그 흘러가는 문장에 밑금을 긋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좇아가며 여러 번 훑어보지만 도무지 해석은 잡히지 않고 다만 행간을 내 멋대로 읽은 뜻은 청둥오리들도 새끼들을 거느리고 시린 물에서 남모르게 쉼 없이 붉은 물갈퀴를 놀리며 무거운 어깨를 감당하려고 땀나게 뛰어다닌다는 것 잔잔한 삶에도 느닷없이 돌풍이 몰아치는 때가 있어서 긴장한 머리를 늘 바.. 2022. 8. 13.
박동남 시인 / 금빛 여우의 선택 외 1편 박동남 시인 / 금빛 여우의 선택 당신이 계신 암울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울창한 숲길을 따라오세요 먼말치에서 나는 당신을 자주봅니다 별이 가득한 저 하늘이 가르키는 길을 따라 어느새 당신은 황새걸음으로 오네요 풀숲에선 지금쯤 구애의 노래가 한창일 것입니다 나는 당신 앞에 수시로 얼정 대지만 당신이 나를 찾아오는 일은 미로를 헤매는 일 별을 따는 일인 걸 알지 못하네요 당신이 내 손바닥 안으로 들어와 섭니다 손아귀에 잡힌 딱정벌레 같은 당신 난 모래가 바람에 웃는 사막에서도 살고 해 뜨며 내리는 비와 같고 여자는 내 지혜를 빌려 쓰고 남자를 홀리는 건 일도 아니고 당신의 마음을 포로로 잡고 곰 단지 당신 머리 꼭대기에 있고 속임수의 달인이며 당신에게 화를 부르는 흉기가 될수 있으나 잘 다스리면 불처럼 유용.. 2022. 8. 13.
김택희 시인 / 전갈 외 1편 김택희 시인 / 전갈 경계에서 모두 큰 아가리에 키스를 했다 모서리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난 겁이 없는 계절 묵묵히 애리조나사막으로 향했다 귀가 살짝 들린 카우보이모자 너울진 사막 붉은 산에 오르는 노을을 담아 조감도를 그렸다 가도 가도 보이는 것은 알고 있던 조각들, 목말랐다 달빛에 넘어지는 날에는 평원의 모래가 물로 보였다 쪼그린 잠에 열꽃이 돋고 내장이 마른다 황야에 나와 나를 쫓는 내 그림자뿐 혼잣말이 휑하니 귓가를 스친다 비상약은 동이 났다 꼬리의 독을 약으로 써야 한다 오늘밤도 커서를 마주한다 도드라진 당신의 까만 눈동자에 시선을 박는다 환락 같은 전갈(傳喝)이 오기를 김택희 시인 / 아직도, 때때로 그리고 자주 원시림을 걷고 있어요 백악기를 건너온 메타세쿼이아나무숲 지나 물푸레나무 사이로.. 2022.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