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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413

<디카시>이혜미 / 침묵의 단면 이혜미 시인 / 침묵의 단면 보여줄까 구슬이 되어가는 슬픔을 심장에 맺혀 비명이 된 비밀들읗 계간 『디카시』 2022년 여름호(제42호) 발표 이혜미(李慧美) 시인 1987년 경기도 안양에서 출생.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졸업. 2006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보라의 바깥』(창비, 2011)과 『뜻밖의 바닐라』(문학과지성사, 2016), 『빛의 자격을 얻어』(문학과지성사, 2021)가 있음. 2009년 서울문화재단 문예창작기금 수혜. 제15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좋은시賞 수상. 제10회 고양행주문학상 수상. 2022. 8. 14.
서희 시인 / 지금 함박눈이 외 1편 서희 시인 / 지금 함박눈이 상층권의 구름들이 대륙권을 장악하다 추위가 몰려오자 저희끼리 부딪쳤군, 조각난 몸뚱이끼리 다시 또 뭉치다니 63빌딩 겅중겅중 아파트를 뛰어내려 난분분 춤을 춘다 16층 유리창 밖 잊을 건 잊어두라고 허락하듯 쌓이다니 ㅡ『제11회천강문학상 수상작품집』(경남, 2021) 서희 시인 / 훼방 시큰둥한 국과 밥을 어쩌다 붙여놓으니 친밀해진 둘 사이는 띄어쓰기도 필요 없다 이렇게 하나로 묶인 우리 곁의 '국밥' 이여 한번 맺어지면 나눌 길이 없다는데 어찌 떼어낼까 골똘히 생각하다 급기야 '따로'를 붙여 나눠놓는 저 심보 2021. 겨울호 서희 시인 경북 영주에서 출생. 2011년 《시와 세계》로 등단. 2022. 8. 14.
안이삭 시인 / 국경에 서다 외 1편 안이삭 시인 / 국경에 서다 우국(兩國)에 다녀왔다 어깨에 툭! 입국허가 스탬프가 찍히고 나서야 내가 국경을 넘어섰음을 알았다 우국의 국경에는 이정표가 없다 우국에는 우국의 언어가 있다 내가 아는 모든 말은 외래어로 취급받거나 특별한 패턴의 장식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 젖는 온도와 속도에 따라 높낮이가 결정된 말은 조용히 흘러가다가 상대에게로 증발하거나 스며든다 가끔씩 알아듣지 못해 허둥대는 외국인들도 있지만 나는 금방 눈치 챘다 우국의 언어는 조용히 천천히 물들어 온다는 것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은 흘러가지 않고 그 자리에 고여 있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제 얼굴을 담가 동조를 표시할 때마다 기쁨으로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우국은 어떤 사람의 입국도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국경에서 머뭇거리다가 난감한 얼굴.. 2022. 8. 14.
[영화의 향기 with CaFF] (174) 밥정 [영화의 향기 with CaFF] (174) 밥정 그리운 어머니에게 바치는 한상차림 가톨릭평화신문 2022.08.14 발행 [1674호] 예수님께서 집에서 식탁에 앉게 되셨는데, 마침 많은 세리와 죄인도 와서 예수님과 그분의 제자들과 자리를 함께하였다.(마태 9,10) 2020년 10월 개봉했던 ‘밥정’은 방랑 식객 임지호 셰프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그는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연에서 식재료를 찾아 생명을 살리는 음식으로 승화시킨 요리를 선보였다. 그의 손을 거치면 모든 것은 요리의 재료가 된다. 청각, 백지, 잣솔방울, 장구팅, 망초대, 지칭개, 박나물대 같은 보통 사람은 잘 모르는 재료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탈바꿈한다. 그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연에서 찾.. 2022. 8. 14.
박수중 시인 / 장대비 단상斷想 외 1편 박수중 시인 / 장대비 단상斷想 오래전 첫사랑과의 이별같이 찾아온 장대비를 흠뻑 맞으며 일순一瞬 떠오른 생각은 우주의 심연속으로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전 마지막으로 찍은 64000개 점으로 이루어진 별들 속에 한개 푸른 점. 그 속에 76억 생각이 살고 있고 그 생각속에서 생명이 생겨나고 사라지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느니 의미의 있고 없음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대체 우주속 먼지의 먼지, 그 먼지의 10대손孫 먼지만도 못한 내 그리움은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가 박수중 시인 / 배달의 민족 환웅熊 '배달의민족'이 어느새 치킨鷄 배달의 민족'으로 변용되더니 팔렸다 대동강 물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異민족에게 팔려버렸다 하늘위 상징을 땅위로 끌어내려 세속화世俗化하는 현대판 우화萬話의.. 2022. 8. 14.
허은실 시인 / 삼 척 외 3편 허은실 시인 / 삼 척 칼을 갖고 싶었지 고등어처럼 푸르게 빛나는 칼이 내 몸에 들어와 찔린 옆구리로 당신을 낳았지 바다가 온다 흰 날을 빛내며 칼이 온다 허은실 시인 / 바람이 부네, 누가 이름을 부르네 입안 가득 손톱이 차올라 뱉어내도 비워지지 않네 문을 긁다 빠진 손톱들 더러는 얼굴에 묻어 떨어지지 않네 숲은 수런수런 소문을 기르네 바람은 뼈마디를 건너 몸속에 신전을 짓고 바람에선 쇠맛이 나 어찌 오셨는지요 아흐레 아침 손금이 아파요 누가 여기다 슬픔을 슬어놓고 갔나요 내 혀가 말을 꾸미고 있어요 괜찮다 아가, 다시는 태어나지 말거라 서 있는 것들은 그림자를 기르네 사이를 껴안은 벽들이 우네 울음을 건너온 몸은 서늘하여 평안하네 바람이 부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네 몸을 벗었으니 옷을 지어야지 허은실.. 2022.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