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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 (43) 젊은 세대에 대한 하나의 생각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세상을 읽는 신학] (43) 젊은 세대에 대한 하나의 생각 심각한 외로움과 각자도생… 청년 현실은 미래사회의 우리 모습 가톨릭신문 2022-09-25 [제3311호, 14면] 가난에 힘든 대다수 청년 세대 절망적 현실서 좌절·분노 경험 무력함이 혐오로 표출되기도 그들 삶에 대한 이해·접근 필요 공무원 시험 등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몰려있는 지역에 위치한 서울 노량진동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가 청년들에게 묵주를 선물하고 있다. 양극화된 세상 속에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 세대를 위한 새로운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 세대 논쟁 신학교 선생으로 살아서인지, 젊은 신부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다. 젊은 동료들과 신앙과 교회와 세상의 삶에 대한 정직한 고민과 성찰들을 편하게 나눌 .. 2022. 9. 29.
허민 시인 / 사람들은 즐겁다* 허민 시인 / 사람들은 즐겁다* 아무도 없는 옥상에 올라 반달을 바라본 어젯밤이오늘에서야 아픈 까닭어둠에 가려졌던 나머지 부분이실패하고 만 지금이라는 생각 탓일까위로를 받으면 오히려젖은 감정들이 바닥으로 흘러내리고세상이 어둡다는 걸 그렇게 밤하늘의 실눈을 통해 배우면어린 날 보았던 반쪽의 동화가 생각나천천히 세상을 굴러가기 위해 간신히 찾은 반쪽을 부러 버렸다는 이야기위대한 신은 짐승의 이빨을 세운 채내 아름다운 금빛 반지의 절반을 깨물어 깊은 우주의 연못으로 던져버렸다고나는 그렇게 의미를 만들어 편지 속에 써 넣는 것이다그리하여 빈 의자는 떠나간 의자가 아니라누군가 오길 기다리는 고요일 것이라고애써 너에게 웃음 지었지그렇게 모든 배웅이 끝나면혼자 남아 비워진 접시들을 치우고버려진 음식들을 한 번 더 버.. 2022. 9. 29.
김동원 시인 / 엄니, 어부바 외 2편 김동원 시인 / 엄니, 어부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엄니, 어부바 기억하라고내 등에 남기고 가신탯줄로 이은 따뜻한 온기여 206개 뼈마디마디 녹아내리고서 말 서 되 피 흘리시어이 땅에 내려주신 피의 무게여! 불타께서 일러주신여덟 섬 너 말 젖의 대가여! 김동원 시인 / 귓속 물이 차 띠풀은 귀를 허공에 넣고 비가 빗소리 몰고 오는 짓을 다 듣고 있었다 그 아랫도리 벌쭉한 새 무덤 위에서참 희한도 하지 비가 빗소리 몰고 가는 짓을 다 알고나 있었다는 듯 띠풀은 귓속 물이 차 자꾸 자꾸 왼쪽 귀를 털고 있었다 김동원 시인 / 쥐떼​ 두 마리인가 싶더니 순식간, 수 십 수 백 수 천 마리로 불어난 쥐떼들이 완장을 차고, 검은 고양이 한 놈을 뜯어먹고 있었다. 한밤중 쉿, 쉬잇, 쉿, 서로서로의 혼을 호리는 소.. 2022. 9. 29.
심강우 시인 / 먼지의 계보 외 1편 심강우 시인 / 먼지의 계보 마루를 닦다 보면먼지 아닌 것들이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아무리 문질러도 겉장이 읽히지 않는나뭇결과 다른 형태소를 만날 때가 있다곁방살이의 눈치처럼 찐득하게 붙어 있는,한때는 일거수일투족 달콤한 풍미를 발하던 때깔이거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지의 본산을 이루었다먼지가 먼지를 불러 더 큰 먼지를 쌓는 건생로병사의 이름으로 증빙된 가계의 내력에도소상히 나와 있지만 제 얼굴을 가질 수 없다는 점에서오늘도 분분한 의견과 고요한 탄식이 있다 길을 낸다는 이유만으로앞의 것들을 모질게 닦은 적이 많다지금 당신이 들여다보는 먼지를 뒤집어 쓴 것들내가 아니면 모두 먼지가 되어야 하는 것들먼지가 길을 증명해 보인다고 항변하는 것들 대개는 밖에서부터 시작되지만 더러 안에서 부터먼지가 되는 것들도 있.. 2022. 9. 29.
신영애 시인 / 네일 아트 외 1편 신영애 시인 / 네일 아트 피라미드 안의 여인들은관목에서 추출한 헤나로 손톱을 칠했다색깔로 신분을 구분하고빨간색으로 상류층을 과시했다 달에서 손톱의 상징을 느끼고 싶었다달은 나무에서 나왔다는 상상은 틀리지 않는다왕족의 후손이 아닌 자는 붉은 손톱을 싫어한다 서태후는 흰자와 벌꿀 고무나무 수액으로 손톱을 가꿨다일벌들이 날아왔고 나무는 흔들거렸다나뭇잎이 매니큐어처럼 반짝인다는 시론이 이때 정립되었다 하얀 옷을 입은 옛 여인들은봉숭아물을 들여 질병과 귀신을 쫓았고꽃물이 없어지기 전 첫눈이 내리길 기도했다첫사랑은 오지 않았고 초승달이 그녀의 손톱에 앉았다 달을 보면 아련한 것은손톱에 붉은 물이 빠지지 않았고그의 얼굴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지금도 손톱에 초승달이 뜨는 이유다 매니큐어 병이 즐비하다신분 상승을 꿈꾸.. 2022. 9. 29.
조혜경 시인 / 백석동 외 2편 조혜경 시인 / 백석동 껍질 밖으로 걸어 나간 사람을시인이라 부르는 곳에서삽니다살아보니 살아집니다나를 기르던 목자牧者 떠났지만소라아파트 그대로입니다고동 안에 든 살갗. 오직 내 것이라고껍질을 긁으며 울다 보면기도하던 손이 퉁퉁 부어오릅니다소라아파트를 다 읽고천국에 가고 싶습니다. 괜찮나요?읽고 잠들고 깨어나고 다시 읽고변할 수 없는 물질을철학자들이 이야기할 때그 페이지에 저는 가만히 멈춰 있었습니다변해야 물질이라고말해주고 싶었지만소라아파트에서의 11월 13일은 추웠습니다소라아파트에서의 11월 14일은 역시 추웠습니다껍질 밖으로 걸어 나간 사람을생각합니다생각하다 생각만 하다 터널 속에 사는 사람처럼오늘 밤에는 캄캄한 기도를 하겠습니다터널 벽을 만져봅니다머릿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잠을다시 청하겠습니다오래 무릎.. 2022. 9. 29.
송진 시인 / 로제타 외 1편 송진 시인 / 로제타 치어를 살려주는 로제타숭어를 먹지 못하는 로제타우물 같은 배꼽을 지나가는 헤어드라이기차가운 물속에 잠긴 한 알의 계란무거운 가스통은 로제타 휴대 물통을 닮았어로제타 물통은 배꼽을 닮았지엄마의 젖꼭지를 닮았지무언가 호스 같은 줄이탯줄 같은 줄이 연결이 되어있어물고기처럼 연분홍 아가미로 숨을 쉬어LPG 가스처럼 연초록으로 타올라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낡은 소음의 오토바이를 타고박자 틀린 드럼 소리에 맞춰 어색한 첫 춤을 추고나는 혼자가 아냐나는 친구가 생겼어나는 평범한 삶을 살 거야나는 버터에 잘 구워진 토스트에 설탕을 바르고친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실 거야그렇게 살 거야그렇게 살 거야나는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을 거야잘 자잘 자너, 로제타나, 로제타** * 영화 ‘로제타(.. 2022. 9. 29.
[길 위의 목자 양업] (36) 신나무골성지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 (36) 영남 지역 신앙의 요람, 신나무골성지 영남 복음화 거점으로 삼아 활발하게 전교 활동 가톨릭신문 2022-09-18 [제3311호, 12면] 1800년대 초기 박해 피해 숨어든 교우촌 경상 지역 선교 위해 신나무골에 정착한 로베르 신부 머물렀던 초가 사제관 복원 우물터·빨래터 등 옛 모습 그대로 재현 신나무골성지 입구에 있는 로베르 신부 흉상과 ‘대구 천주교 요람지 기념비’. 마카오와 중국, 홍콩을 거쳐 1849년 조선에 도착한 최양업. 그토록 염원했던 조선에서의 사목활동을 시작한 그는 충청도에 머무르며 조선에서 쓴 첫 번째 편지를 부친다. 도앙골에서 보낸 그의 편지에는 신자들과 만난 기쁨과 그들의 가련한 처지가 빼곡히 적혀 있다. 이후 절골과 동골, 배.. 2022. 9. 29.
성은주 시인 / 흙의 말 외 1편 성은주 시인 / 흙의 말 연필을 꺼내 깎는다칼이 밀어내는 속도만큼구름이 잘려 나가고비가 떨어지고헤어진 연인이 선물해준 우산을 펼쳐 든다발이 닿는 곳마다 흙냄새가 난다먼 곳에 씨를 심었다가 짝을 못 틔운 일이 있다오래전부터 자라고 있던 손톱처럼깊게 파고든 뿌리가 흙을 조용히 더듬는다한 장 한 장 잎을 넘기다가차례로 통과하는 세계에 밑줄이 생긴다가지 끝에 매달린 유일한 증거가 열린다과수원에서 방금 도착한 사과를 씹는다말의 씨를 삼킨다흙에서 흙으로 전해지는 맛팔짱 끼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사람들하나의 반죽 덩어리가 되어유난히 말이 많아지는 날이 있다 -계간 《포지션 2019년 겨울호 성은주 시인 / 물의 방 덜 외롭고 싶어물방울들이 모였다그 방에서우린 앵무새를 키우고 싶었다책 모퉁이를 접고 바쁘게 움직이지.. 2022. 9. 29.
장수철 시인 / 귀에게 외 1편 장수철 시인 / 귀에게 그러므로 귀는 내가 한참 간지러운 것이다미안하다,땅 속 괴근처럼 비대해진의식과잉의 귓밥을 달고 다니는 귀에게시종 부기가 빠지지 않는 슬픔을 매단 귀에게한 실패한 혁명가가 젊은 시절 몰고 다니던고물 오토바이의 사이드카처럼작고 귀엽고그러나 늘 텅 빈 귀에게내 구부정한 오독의 목소리를 제법 알아듣는늙은 귀에게구불구불 협곡 속에 내 부끄러운 가족력을 숨겨준 귀에게혹한 위를 떠도는 새떼들의 차가운 울음소리를 삼키는 귀에게구순구개열처럼 찢어진별들의 신음을 알아듣는 귀에게입 마냥 소리내어 울지 않는 귀에게 다만 듣는 귀에게 장수철 시인 / A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설비쟁이 아버지는 늘 귓방망이를 날렸다네포수 글러브만해진 아버지의 손바닥은홈으로 들어오는 상대편 주.. 2022. 9. 29.
박은정 시인 / 진흙 정원 외 1편 박은정 시인 / 진흙 정원 몇 날 며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은 이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여기서 잠을 좀 자고 가도 될까요? 집주인은 여자를 모르는 사람처럼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보던 TV를 본다. 그렇게 한동안 화면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여자에게 말했다. 애가 우는데 거기서 뭐해.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서럽다는 듯, 힘껏 운다. 이 집은 언젠가부터 화분과 장판 밑에 벌레가 우글거리고 악취가 진동하여 방문객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갈 곳이 없고 밖은 너무 추우니 집주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고 딱 하룻밤만 있을 곳이 필요해요. 집주인은 베란다 화단에 물을 주고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다. 그때 말이야. 대사를 까먹어 무대를 박차고 나간 배우는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을까? .. 2022. 9. 29.
이선이 시인 / 손 없는 날 외 4편 이선이 시인 / 손 없는 날 말린 옷가지들 솔기 맞춰 접어서 구름서랍장에 정리하기베란다에 앉아 로즈마리 잎잎이 초록향기 털어내기생각의 외투를 벗고 가만히 허밍하기손바닥에 햇살들이기빈손으로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기흘러가기 맨발로 산책하기강아지랑 풀밭에서 햇살 밟기입술로 모음 만들기모음으로 된 기도문 완성하기 한 마음도 다치지 않게한 눈물도 상하지 않게 단출한 밤을 흠모하기 살았다고 해야 할까살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오래오래그렇게 비우고 떠날 때는목에 감고 다니던 노을은 풀어두고 가야지 이선이 시인 / 평화 마주보고 밥을 먹는다가지런히 수저를 내려놓는다 너무 고요하지 않게너무 자상하지 않게 등 돌리고 자다 깨기도 하는 밤 꿈에 폭설이 내리면외투를 가져다 눈을 덮어주는 이선이 시인 / 캠페인 얼음땡놀이를 하고.. 2022.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