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윤강로 시인 / 무제無題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2. 05:00
윤강로 시인 / 무제無題
팔랑팔랑 옷깃 날린다 퍼질러 앉아서 마냥 있어도 괜찮은, 별일 없는 일상 속 무채색의 편안함, 그런 어투의 사람, 꽃잎이라면 그냥 흩날림 스쳐 지나가서 금방 잊을 수 있는 체온의 소문없는 풍속도 비켜가면서 사는 변두리의 바람소리 목숨의 원형으로 바람부는 토속어의 사투리 옷깃 날리는 시간 속 별 뜻이 없어서 소박한 바람 소리가 남겨져 있으면 좋겠다
《시와소금》 2021. 여름호
윤강로 시인 / 헌 구두 닦아 신고
헌 구두 비까번쩍 닦아 신고 거리에 나서니 폭죽 터지는 소리 햇살이 바스러져 햇빛의 햇빛이 되고 숱한 열망이 갈라져서 우르르 쏟아지는 내 허공 어딘가의 눈부신 비산(飛散) 속 빈 소리래도 좋아 신나는 단말마의 상쾌한 연속음 헌 구두 신고 산다는 것 낡아서 따뜻하게 축제를 꿈꾼다는 것 부딪칠 적마다 피빛 아픔이 튀는 내 발가락의 동반자 먼 거리를 걸어온 헌 구두 일상의 축제같은 행보가 눈물겹다는 것 깊은 곳에서 팡팡 터지는 폭죽 소리 마음이 뜨거워진다 절망에 익숙해진 헌 구두 신고 걸으면 숨차지 않게 뒤처진 삶의 속도가 달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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