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고정국 시인 / 남도 뻐꾸기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2. 05:00

고정국 시인 / 남도 뻐꾸기

 

 

 

뻐꾸기 울음 따라 소복 입고 피는 꽃들

들찔레 산딸나무 인동초에 개망초까지

다투어 하얀 울음보 쏟아내는 계절에

 

산이 높을수록 골이 그만 깊어지고

만나서 기쁜 만큼 이별 또한 슬프다는

그 모든 세상 이치를 새는 알고 있었네

 

송수권 시 속에서 깊게 울던 저 뻐꾸기

「지리산 뻐꾸기」가 내재율이 다 갖추고

그 어디 반쪽을 기다려 아직 저리 우는 걸

 

시인은 떠났어도 뻐꾸기는 그냥 우네

세상이 바뀌어도 새들은 그냥 우네

삶이 곧 슬픔이라네, “뻐꾹 뻐꾹 빽뻐꾹!"

 

-<정형시학> 2021. 겨울호

 

 


 

 

고정국 시인 / 소나기

 

 

가끔은 도시 전체를

싹 쓸어 버리고 싶은,

 

내가 하늘이었어도

그런 생각은 품었을 게야

 

저 거친 싸리비질만 봐도

세상 절반은

쓰레긴 게야

 

 


 

고정국 시인

1947년 제주도 서귀포 위미리에서 출생.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는 {민들례 행복론} 외 6권이 있으며, 위미사투리 서사시조집 {지만울단 장쿨래기} 그리고 산문집 {고개숙인 날들의 기록}과 체험적 창작론인 {助詞에게 길을 묻다} 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동서문학작품상' 등을 수상한 바가 있으며, 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 지회장을 거쳐서,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덟 번째 시집인 {탈옥을 꿈꾸며}. 제18회 이호우 시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