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진주 시인 / 잠의 맨살 외 1편
고은진주 시인 / 잠의 맨살
여자는 아름답고 잠은 더 아름답다
졸음을 휘감고 회전하는 회오리 잠
꾸벅꾸벅 이외엔 진술할 것이 없다는 듯 수액 공급하는 줄 장미 넝쿨인 듯 반쪽짜리 꿈이 진실하게 젖는다
눈꺼풀 뒤척일 때마다 이쪽 잠에서 저쪽 바람으로 뒤집히는 매미울음
몇 사람의 잘 여문 안부도 잠의 틈 비집고 나오려는 따뜻한 오줌도 아직 멀기만 한데
원격 제어된 졸음 속 몽유도원에 들었나 보다 벌어진 다리에서 때 아닌 선풍이 불고,
쌔근쌔근 잠을 감는 것일까 풀고 있는 것일까
홀수로 뒤척이다 짝수가 되는 어디쯤이 잠 깨는 지점인데
오수의 짧은 바늘 숨겨놓은 긴긴밤 핏방울 한 송이 따끔, 하게 핀 것인지
화들짝 튀어나온 침으로 몽환의 눈꺼풀 비빈다
고은진주 시인 / 애인처럼 순두부
몽글몽글 뭉쳐지기는 하겠지만 굳어지지 않겠다, 는 확고한 내용이다
간수하겠다는 뜻이다
순순한 콩물에 밀물 들듯 뭉쳐지는 모양 이제야 간을 만났다는 환호성이다
보드라운 한 입맛이 되었다는 선언이다
말랑하면서도 울렁거리는 풍랑이 건네준 믿지 못할 수심이다, 순두부 한 숟가락 양념장 얹어 푹 퍼먹으면 울돌목 소용돌이와 달의 재잘거림 머리 끄덕이며 알 수 있다
조목조목 씹으면 저 먼 빙하 맛이 난다
굳이 숟가락 필요 없이 훌훌 들이마셔도 아무런 뒤탈 없는 두부들 세계에서 순하디순한 애인 같아 보여도 모 안에 엉키거나 엉기지 않으려는 순두부, 연한 꿍꿍이가 말캉말캉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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