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태 시인 / 달맞이꽃 외 1편
한승태 시인 / 달맞이꽃 - 예이츠에게
북두성도 너무 더워 밤늦은 개울가에 몸 씻으러 내려올 때 나 들꽃 만발한 개울가로 내려갔지 더위보다 비탈진 내 청춘의 울혈 멈추지 않아 상여막 아래서 웃통을 벗어젖히고 짐짓 큰 소리로 노래를 불러댔지 멀리서만 반짝이던 반딧불이 놀라 부산히 날아오르고 황망히 바람자락을 거두어들일 때 우연히 늦은 한 선녀를 만났지 젖은 발이며 파닥이던 가슴에 놀라 나는 그만 냇물에 몸이 빠져서 그 여린 옷자락을 놓치고 말았지
아쉬운 평상 위에 앉아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늘을 우러렀지 그때 가슴의 궤적을 따라 예리한 통증이 있은 후 달의 목소리를 지닌 내 이름을 들었지 어렴풋한 별빛이 메아리가 되어 빛나는 어둠 공기 속으로 사라져갔지
지게 버려두고 험난한 계절에도 관계없이 그대 간 곳 찾아가리 마침내 젖은 향내 뚝뚝 떨구어지고 행성의 순환이 다할 때까지 나, 라는 이 뜨거운 불덩이를 다스려주는
한승태 시인 / 봄은 먼 길로 돌아온다
무척 긴한 일처럼 멀리서 찾아왔다
잠시 후 돌아오겠다는 카페 앞에서 나는 바다를 등지고 술을 마셨다 등 밀어주는 해조음에 술잔은 거침이 없었다 앞에는 좋아하는 시인이 노래하고 그 시인을 좋아하는 여자는 시를 쓴다고 했다 망각의 눈을 가졌다는 여주인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 눈에 반했다는 소설가는 그새 또 다른 연애를 꿈꾸고
간혹 갈매기가 와서 욕을 하고 갔다
바람 따라 나섰던 여주인도 시를 앞세우고 가자던 시인도 망각을 찾던 소설가도 긴한 일로 찾아왔던 나도 모두 잊고 저녁과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다
빌어먹을 세상에 낮술은 잘도 넘어가고 받은 소식은 비루먹고 토악질을 해도 해는 서산을 잘도 넘었다
시집 <바람분교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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