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윤고방 시인 / 강물의 꿈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4. 05:00

윤고방 시인 / 강물의 꿈

 

 

강물아 너는

흐르고 흘러서

영원으로 가거라.

너의 물결을

베고 누워

우리도 함께

흐르고 흐르면

잠시 영원을

꿈꾸게 되리.

아름다운

찰나의 꿈

 

 


 

 

윤고방 시인 / 낙타와 모래꽃 1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직 당신을 만나기 위해 떠난다

낡아서 먼지가 되어 버린 수첩 속에서도

또렷이 다시 살아나오는 그대의 음성

벌써 여러 번의 가을이 지난 후

골방 귀퉁이에서 발견된

산화한 귀뚜라미의 식지 않은 눈동자

이국의 노을이 되어 수직 암벽에 걸린

알피니스트의 아름다운 주검

 

우리는

모두 눈 부릅뜨고 기다린다

평면을 거역하는 수직의 눈바람

빙벽을 오르는 소슬한 설레임

발목을 휘감는 무색 안개거나 오색구름일지라도

자일 끝에서 울려오는 신호란 신호는 모두

내 붉은 살덩이와 닿아 있는 신경 줄이라면 모두

정육점 철 고리에나 꿰어 두어라

 

떠나자

남루한 기다림을 벗어 놓고 떠나자

맛 좋은 휘파람 몇 소절 데리고

우리집 강아지처럼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오래오래 당신이 손짓하던 곳

동굴에 내리 걸린 비단 빙벽을 오르자

 

 


 

윤고방(尹古方) 시인

1947년 서울 출생. 본명 창혁(昌赫). 동국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문학석사), 1978년 <입동일기>외 1편으로 [현대문학] 신인상 수상,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 수상.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교사, 대한민국서예문인화대전 특별상, 특선 등 초대작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 역임. 현대문학 현대시 신인상(1982), 추사선생추모전국서예 백일장 한글부 툭선(1994), 시집 『하늘 가리고 사는 뜻은』 『바람 앞에 서라』 『낙타와 모래꽃』. 시도화집(詩陶畵集) <하늘 가리고 사는 뜻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