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방 시인 / 강물의 꿈 외 1편
윤고방 시인 / 강물의 꿈
강물아 너는 흐르고 흘러서 영원으로 가거라. 너의 물결을 베고 누워 우리도 함께 흐르고 흐르면 잠시 영원을 꿈꾸게 되리. 아름다운 찰나의 꿈
윤고방 시인 / 낙타와 모래꽃 1
얼마나 기다렸던가 오직 당신을 만나기 위해 떠난다 낡아서 먼지가 되어 버린 수첩 속에서도 또렷이 다시 살아나오는 그대의 음성 벌써 여러 번의 가을이 지난 후 골방 귀퉁이에서 발견된 산화한 귀뚜라미의 식지 않은 눈동자 이국의 노을이 되어 수직 암벽에 걸린 알피니스트의 아름다운 주검
우리는 모두 눈 부릅뜨고 기다린다 평면을 거역하는 수직의 눈바람 빙벽을 오르는 소슬한 설레임 발목을 휘감는 무색 안개거나 오색구름일지라도 자일 끝에서 울려오는 신호란 신호는 모두 내 붉은 살덩이와 닿아 있는 신경 줄이라면 모두 정육점 철 고리에나 꿰어 두어라
떠나자 남루한 기다림을 벗어 놓고 떠나자 맛 좋은 휘파람 몇 소절 데리고 우리집 강아지처럼 오직 한 사람만 사랑하는 오래오래 당신이 손짓하던 곳 동굴에 내리 걸린 비단 빙벽을 오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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