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위승희 시인 / 사랑학 개론- 痛點 6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4. 05:00

위승희 시인 / 사랑학 개론- 痛點 6

 

 

나는 족보가 건실한 것과 교배되길 원했어

정말 맘에 드는 그와 만나게 된 이후 우린 "영원"을 맹세했네

산기슭, 강 가, 혹은 후미진 골목에서 우리는 헐떡이고 있었네

우우 개침을 흘리며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서로를 핥았네

내 털을 곤두서게 하는그 숨소리의 오르가슴

어느 틈에 우린 격정적이 되었네

지나치게 서로를 할퀴기 시작했네

살 속으로 박혀드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가죽을 찢으며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털이 빠진 서로의 꼬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네

서로의 핏자욱을 바라보다가 주린 배를 냉수로 채우고

먹이처럼 권태를 먹으며 돌아셨네

그가 말했네 -컹, 컹, 컹-

어느날 나는 보았네

털이 길고 곱슬한 조금 야해 보이는 종자와 헐떡이는 그를,

새로운 그의 맹세는 결연해 보였네

-컹, 컹, 컹- 사랑이란 변하는 것의 '영원'이었네 정말 개 같았네.  

 

 


 

 

위승희 시인 / 불새의 노래- 통점(痛點) 37

 

 

비온 뒤

굳은 땅을 박차고

천둥 속에 태어난 내

불새의 날개 파닥여 볼까

그 날개 죽지 사이에

오직 "하나"를 위한 노래와

기쁨으로 맺히는 눈물의 알들을 품고

정밀한 부리로 쪼아대는

이승의 하늘, 함께 바라보는 서녘 노을이

그대 눈동자 안에서 남녘으로, 바다로

불밭 일구며 떠 가는 것을

말 없이 바라보면서

그 눈물의 알들 뜨거워 몸살 앓으면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떠올라 볼까

자작나무 우듬지

하늘이 바다처럼 깊은 그 둥지,

한 잎, 또 한 잎, 애틋한 시간 물어 날라

봄 물 같은 하늘

뒤흔들어 볼까

아주 신령스런 孤島(고도),

原始(원시)를 불질러볼까

바다와 하늘과 불과 물이 접신하는

그 곳에서 살과 머리칼과

영혼이 타는 냄새, 함께 맡아볼까

혹은

이승과 저승을 모두 살라버릴까

 

 


 

위승희 시인

1963년 강원도 영월 출생. 명지대 국문과를 졸업. 1998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 노래하는 시인으로 음유시인으로 불리우고 있다. 현재 <현대시 엔터테인먼트>의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