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엄원태 시인 / 강 건너는 누떼처럼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6. 05:00

엄원태 시인 / 강 건너는 누떼처럼

 

 

먼 우레처럼

다시 올 것이다. 사랑이여,

 

그것을 마라 강 악어처럼 예감한다

 

지축 울리는 누떼의 발소리처럼

멀리서 아득하게 올 것이다. 너는.

 

한바탕 피비린내가 강물에 퍼져가겠지

밀리고 밀려서, 밀려드는 발길들

아주 가끔은, 그 발길에 밟혀 죽는 악어도 있다지만

주검을 딛고, 죽음을 건너는 무수한 발굽들 있다

 

어쩔 수 없이,

네가 나를 건너가는 방식이다

 

 


 

 

엄원태 시인 / 9월

 

 

치르르르르르르르르 자전거 체인 소리에

비켜서며 돌아보니, 없다!

 

풀숲 여치 울음은, 꼭 뒤통수에 바짝 달라붙는다

 

돌아서고 나서야 듣는다

 

 


 

엄원태 시인

1955년 대구에서 출생.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 1990년 《문학과 사회》 에 〈나무는 왜 죽어서도 쓰러지지 않는가〉등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침엽수림에서』 『소읍에 대한 보고』 등이 있음.  1991년 제1회 대구시협상과 김달진 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