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송은영 시인 / 안개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19. 05:00
송은영 시인 / 안개
내 주위는 안개이다
안개 때문에 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안개는 나를 지배할 수 없고 나도 지배당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의 안개에 어울릴 만한 가벼운 악세서리를 연출할 뿐
안개는 그냥 안개이다 안개는 안개의 속성대로 움직이나 누구도 안개의 속성을 모른다 새로운 안개가 내 주위를 차지해도 이미 그 안개에 익숙하다 안개는 그냥 안개일 뿐이다
송은영 시인 / 뻥튀기에 대한 생각
1톤 트럭에 뻥과자 틀은 똑같은데 주인만 바뀌었다 생선가시같이 삐죽한 사람이 주인이란다 첫날은 그런대로 맛이 괜찮았는데 가면 갈수록 뻥튀기의 크기가 줄고 금방 튀겨낸 따끈한 새맛도 덜하더니 요모조모 손장난을 익혔는지 뻥튀기의 넉넉한 봉지까지 홀쭉하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 않는 주인 양반 수입쌀도 국산쌀로 2.5초만에 곧잘 튀겨내 생과자처럼 바삭하게 만들어 팔기도 하고 글로벌 시대에 발 맞춰 뻥튀기의 질보다 양에 더욱 신경 쓴다 작은 것은 더 크게 큰 것은 더 크게 주머니가 더 빨리 부풀어 오르게 뻥튀기 기계를 돌린다 자동차 주식 부동산 채권 자신의 숨소리 빼고 다 튀겨낸다 뻥이요! 일년 내내 허기가 가시지 않는 아프리카 기근 같은 소리 알맹이 빠진 껍데기도 훌륭한 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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