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재황 시인 / 폭포 아래에서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20. 05:00

김재황 시인 / 폭포 아래에서

 

 

흐름을 밟고 가서 굽이 또한 거친 다음

툭 꺾인 물 마디가 쏟아지며 부서질 때

비로소 하늘 소리는 더운 피를 막 쏟네.

 

긴 솔리 굽게 서서 물바람을 가득 안고

입 시린 물방울에 일곱 꿈이 살짝 피면

목이 튼 우리 가락이 절로 뽑는 시조창.

 

마음껏 여는 귀엔 거친 맷돌 돌리는 듯

눈 뜨고 둘러보니 둥근 우레 울리는 듯

성내며 더 을러 봐도 어깨춤만 또 으쓱.

 

 


 

 

김재황 시인 / 고창 삼인리 동백나무 숲

 

 

서로 몸을 의지해서 겨울바람 막아내고

새봄이면 어김없이 붉은 꽃들 피워내는

묵묵히 푸른 참을성 굳게 안고 사느니.

 

가문 날이 계속되면 가지들이 우거져서

혹시 산불 일어날까 뜬눈으로 지새우는

찬찬히 깊은 믿음성 잃지 않고 사느니.

 

 


 

김재황(金載晃) 시인

1942년 만주 봉천 출생. 고려대학교 농학과 졸업. 1987년 <월간문학>에 시조 <서울의 밤> 이 당선 등단. 시집 <거울속의 천사> <바보여뀌> <민통선이여, 그 살아있는 자연이여> <못생긴 모과> <치자꽃, 너를 만나러 간다> <바람을 지휘한다> <잡으면 못 놓는다> 시선집: 너는 어찌 나에게로 와서> 등. 한국녹색시인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