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란 시인 / 안향련 傳 외 1편
송정란 시인 / 안향련 傳
이 세상 사람 몸만한 악기가 어디 있으랴 제 목청 둥글게 조여 쓰린 창자가 끊어지도록 저 먼 데 캄캄한 사랑이여 애원성(聲)을 토해내는
- 인연이 있고도 미련이구나 연분이 안될라고 이 지경이 되는야 청생자생 무슨 죄로 우리들이 삼겨를 나서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야 아이고 답답헌 이내 심정 어느 장부가 알그 나 - 헤 (육자배기 인용)
소리의 능선마다 꺽어지르는 그리움이라 청성(淸聲)고운 목청도 부질없는 짓인 것을... 마음의 패인 골짝마다 적막강산 첩첩하고
오늘밤이 그믐이런가 이지러진 마음이야 먼 데 사랑은 어둡고도 또 어둡더라 저 달빛 갈쿠리 같은 슬픔, 온몸 비수로 꽂히네
-송정란 시집 허튼층쌓기에서
송정란 시인 / 오늘 내가 던진 이 돌 하나는
돌을 던지면 어디로 가 박히는지 어느 외진 곳에서 젖은 안개와 함께 잠들었는지 부서진 상처를 드러낸 채 퍼렇게 뒹굴고 있는지 누군가의 명치끝에 박혀 슬픔의 깊은 수압을 견디고 있는지
돌아오지 않는 그것들을 향해, 팔매질을 한다.
늘 겨냥한 곳에 못미쳐 떨어지는 나의 돌멩이들 세상의 중심으로 버티고 선 과녁 근처에 숱한 말없음표로 떨어졌을 그것들에게 가슴의 모든 온기로 따듯하게 덥혀 보았는지 나의 온 무게중심을 실어 던져 보았는지
오늘 내가 던진 이 돌 하나는 가슴 중심에 박혀 절망의 끝없는 수심(水深)속으로 몸을 던진다.
-월간문학 8월호 당선작 (199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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