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송정란 시인 / 안향련 傳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21. 05:00

송정란 시인 / 안향련 傳

 

 

이 세상 사람 몸만한 악기가 어디 있으랴

제 목청 둥글게 조여 쓰린 창자가 끊어지도록

저 먼 데 캄캄한 사랑이여 애원성(聲)을 토해내는

 

- 인연이 있고도 미련이구나 연분이 안될라고 이 지경이

되는야 청생자생 무슨 죄로 우리들이 삼겨를 나서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야 아이고 답답헌 이내 심정 어느 장부가 알그

나 - 헤 (육자배기 인용)

 

소리의 능선마다 꺽어지르는 그리움이라

청성(淸聲)고운 목청도 부질없는 짓인 것을...

마음의 패인 골짝마다 적막강산 첩첩하고

 

오늘밤이 그믐이런가 이지러진 마음이야

먼 데 사랑은 어둡고도 또 어둡더라

저 달빛 갈쿠리 같은 슬픔, 온몸 비수로 꽂히네

 

-송정란 시집 허튼층쌓기에서

 

 


 

 

송정란 시인 / 오늘 내가 던진 이 돌 하나는

 

 

돌을 던지면 어디로 가 박히는지

어느 외진 곳에서 젖은 안개와 함께 잠들었는지

부서진 상처를 드러낸 채 퍼렇게 뒹굴고 있는지

누군가의 명치끝에 박혀 슬픔의 깊은 수압을 견디고 있는지

 

돌아오지 않는 그것들을 향해,

팔매질을 한다.

 

늘 겨냥한 곳에 못미쳐 떨어지는

나의 돌멩이들

세상의 중심으로 버티고 선 과녁

근처에 숱한 말없음표로 떨어졌을 그것들에게

가슴의 모든 온기로 따듯하게 덥혀 보았는지

나의 온 무게중심을 실어 던져 보았는지

 

오늘 내가 던진 이 돌 하나는

가슴 중심에 박혀 절망의 끝없는 수심(水深)속으로

몸을 던진다.

 

-월간문학 8월호 당선작 (1990년)

 

 


 

송정란(宋貞蘭) 시인

1958년 경북 영주 출생. 건국대 법정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 1990년; 『월간문학』 시 부문 신인상 당선. 1998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문예진흥기금 수혜(시집 <화목> 발간). 1994년; 제1시집 『불의 시집』 출간.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 첫 시조집 <허튼층쌓기>(고요아침)를 펴냄. 현재; 건양대 강의전임강사. 문학과 창작 편집국장 , 경기대, 한양대, 서울여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