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박남주 시인 / 낮술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23. 05:00
박남주 시인 / 낮술
내 주량은 딱 소주 세 잔인데 점심때마다 일주일에 사나흘은 서울 숲에서 취한다
입구부터 불타는 오색 단풍나무에 취하고 체육공원의 황갈색 느티나무에 취하고 잔디밭열 진갈색 대왕참나무에 취한다
수변공원에 무더기로핀 연회색 갈대에 취하고 꽃사슴 동산 초입 진노랑 은행나무 군락에 취하고 사과 동산 붉은 향기에 취한다
남산 갈색 떡갈나무에 취하고 한강 자전거 길 데크에서 시원한 강바람에 잠시 정신을 차리다가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 전경에 취한다
잔디 밭 광장에서 하늘을 쳐다보다 새파란 도화지를 품은 거울 연못속에 빠져 나도 모르게 곤드레 만드레가된다
서울 숲에서는 낮술깨나 마셔도 기분이 거뜬하니 날마다 취한다면 가슴 가득 단풍 들겠다
박남주 시인 / 묵언 배웅
만날때의 반가움도 헤어질 때의 아쉬움도 다시 만날때의 그리움도 몸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안녕이라 말하고 싶지만 추자도 아낙들은 입을 열지 않는다
조기잡이 배 떠나는 날 선창에 나와 그저 말없이손을 흔들어 줄뿐 절대로 금기를 깨지 않는다
만선이 안돼도 좋으니 부디 무탈하게만 돌아오라고 눈빛에 염원을 담아 파도에 목소리를 담아 손을 흔든다 다시 날름달이 뜨는 아침이 올 때까지 절대로 눈을 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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