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소희 시인 / 인스타그램
파스칼바이런
2022. 10. 24. 05:00
김소희 시인 / 인스타그램
멀어진 뒤 당신이라 불리는 것들 속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색깔만 가득하지 선명한 것은 어슴푸레한 것들로 이어져 기억 속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아
얼음을 쪼다가 굶어 죽은 찌르레기 전생을 믿는 당신 고픔은 따뜻한 곳에 있어도 서걱거려
주머니 속 가난한 실 한오라기를 만지작거리면 풀린 마음이 어디론가 날아가
선반 위에는 빈 통조림만 즐비하고 색감을 보정시켜 억지로 끌어 올린 당신의 자정에서는 우유를 찾는 늙은 고양이가 나온다는 소문이 들려
알을 품지 못하고 날아간 털실
화려한 새들이 점거한 당신의 방은 소란한 얼음 속 같아
경계색으로 변장한 어둠에 걸려 넘어지며
눈먼 나는 질질 끌려다녀
웹진 『시인광장』 2022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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