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소희 시인 / 인스타그램

파스칼바이런 2022. 10. 24. 05:00

김소희 시인 / 인스타그램

 

 

멀어진 뒤 당신이라 불리는 것들 속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색깔만 가득하지

선명한 것은 어슴푸레한 것들로 이어져

기억 속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아

 

얼음을 쪼다가 굶어 죽은 찌르레기

전생을 믿는 당신

고픔은 따뜻한 곳에 있어도 서걱거려

 

주머니 속 가난한 실 한오라기를 만지작거리면

풀린 마음이 어디론가 날아가

 

선반 위에는 빈 통조림만 즐비하고

색감을 보정시켜 억지로 끌어 올린

당신의 자정에서는

우유를 찾는 늙은 고양이가 나온다는 소문이 들려

 

알을 품지 못하고 날아간 털실

 

화려한 새들이 점거한 당신의 방은

소란한 얼음 속 같아

 

경계색으로 변장한 어둠에 걸려 넘어지며

 

눈먼 나는 질질 끌려다녀

 

웹진 『시인광장』 2022년 6월호 발표​

 

 


 

김소희 시인

미국 시애틀에 거주. 2020년 계간《시산맥》등단. 시집으로 『비커가 있는 오후』(시산맥, 2021)가 있음. 제1회 해외동주신인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