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선정주 시인 / 겨울 청산도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25. 05:00

선정주 시인 / 겨울 청산도

 

 

1.

누가 겨울을 숲이라하여

가난하다 했는가

 

눈도 귀도 없는 한자락 이불 속에 여섯 식구가 부채살처럼 누워 冬眠하는 우리 단칸방은 겨울 청산도, 큰놈에겐 큰놈의 산맥 둘째에겐 둘째의 산맥, 셋쩨에겐 셌재의 산맥,

 

저마다 청산을 그리며

꿈 밭을 갈고 있네

 

2.

낭자한 슬픔을 데리고

돌아와 선 겨울 나무

 

생명보다 질긴 진실은 스스로 자만하여 허위가 갖는수단같은 력을 도외시 하다가 敗北하는 것입니까, 그 살벌한 발마에 교묘히 명리를 영위하는 것보다 무수한 후회로 생존하는 착한 弱小民族史, 겨울나무는, 겨울나무는,

 

침묵을 지킨 의도를 알만한 펴정입니다

 

3.

무저항의 심장에서

샘이 솟아 있었다

 

종교의식 以前에

생명경외 때문에

 

청산은 겨울 청산은 혼자 噴출하고 있었다

 

 


 

 

선정주 시인 / 추일(秋日)

 

 

1.

 

햇볕이 말하기를

떠난 채비를 하란다

 

잎들은 알아들은 듯

짐을 칭기는 것 같다

 

하늘과 땅의 대화를

가만이 듣고 있는 이

 

2.

 

일진의 바람결에

서걱이는 나뭇잎

 

윤 나던 옷을 벗으며

담담한 표정일레

 

가을은 결실만이 아닌

별리(別離)의 계절인 것.

 

겨울 李朝의 하늘에서"

 

 


 

선정주(宣廷柱) 시인 (1935~2012)

1935년 경남 고성에서 출생. 부산 고려신학 졸업. 명예신학박사. 1970년《시조문학》등단. 한국문인협회 이사 역임. 한국펜클럽 자문위원.《현대시조》창간 및 주간. 律 시조문학 동인. 서울 성림교회 목사. 현대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시집『겨울 靑山圓』,『겨울 중랑천』,『겨울 삼십년』 등 6권. 2012.10.23 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