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우무석 시인 / 가을 웅석봉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0. 28. 05:00

우무석 시인 / 가을 웅석봉

 

 

산청군 청사 앞마당에서

담당 계원 기다리다가 심심하면 심심한 채

진산인 웅석봉(熊石峰) 바라보며

책장 넘기듯 이런저런 생각 해보았다

 

바람난 한 여인 저 산에 들어가 꼭꼭 숨어

산의 몸 섞은 뒤 달이 차서

지금 산 하나 하나씩 토해놓는 것은 아닐까

우세스런 내 생각 아는지

먼 산 발치끝까지 발갛게 부끄러움 타고

 

아니면

어미곰 한 마리 여럿의 새끼 껴안듯

큰 산이 올망졸망 작은 산들 품어 키우는 것은 아닐까

젖 빨다 말고 깜빡 잠든 산

무엇이 신나는지

색색 꿈결마다 온 산에 얼비쳐 활동사진처럼 들고

 

햇발 짧은 오후의 산청

심심한 풍경 안에서

산만 그저 심심찮게 단풍 들었다

 

 


 

 

우무석 시인 / 여름 연가

 

 

햇볕 쨍쨍한 여름날이면

내 도마이道萬里 바다로 나가

정결한 남쪽 바다

물빛 한 모퉁이

이쁘게 떼 낸 다음

하얀 구름덩이 하나 덤으로 띄워

당신 방 안에서 출렁이게 하겠네

그러면 당신

치마 살풋이 걷어 올려

매끈한 종아리 내놓고서

한나절 찰박찰박 물장난 치고

나는

그 맑은 물소리

푸른 그늘에 누워

낮잠 들어

꿈에서도 바다를 걷어오려고

또다시 바다로 가네

 

-<수평선이 있는 집>, 2013

 

 


 

우무석 시인

1959년 경남 마산 출생. 1983년 제1회 개천문학 신인상을 수상. 1985년 무크지 <지평> 문학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수평선이 있는 집> <10월의 구름들(2013)>. 제10회 김달진 창원문학상 수상.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