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조 시인 / 삼월 외 1편
임영조 시인 / 삼월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 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맑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까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 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
임영조 시인 / 덩굴장미
오월 한낮 햇볕 아래 나른한 골목길 인적 뜸하다 누가 사는 집일까? 화사한 웃음소리 담을 넘는다 새빨간 립스틱 진하게 칠한 저 여자들 오늘이 곗날인가? 모처럼 하나같이 화색이 돈다 낯술 한잔 걸친 듯 농염한 입술 귀 빌려주면 무슨 말 할까? 온몸이 지레 후끈거린다 못 본 척 그냥 걷는다, 이봐 ! 새파란 덩굴손이 어깨 툭 친다 왜요? 돌아다보니, 오호호...... 선혈이 낭자한 드라큐라 화려한 염문처럼 뒤따라온다 사방에 짜한 매혹적인 저 몸내 그 여자 입이 참 얇다 색이 너무 진하면 담을 넘듯 가시울 쳐도 새는 화냥끼 슬쩍 한 송이 꺾어? 그 여자 몸이 온통 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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