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창완 시인 / 용서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13. 05:00

김창완 시인 / 용서

 

 

엄마 나 학교 가다

길고양이도 용서하고

신호등도 용서하고

큰 트럭도 용서했다

자전거 타고 가는

누나도 용서하고

날아가는 새도 용서했는데

그때 구름도 용서했어요

"너 용서가 뭔지 아니?"

용서가 한번 봐주는 거 아니에요?

 

 


 

 

김창완 시인 / 겨울 나무가 여름 나무에게

 

 

너희가 그럴듯한 색깔로써 감추었던 하늘

지금 여기 있으니 아끼며 보리라

손가락 사이로 우러르면 저 하늘이

내려와 목덜미 누르는 저 하늘이

너무 맑게 닦고 비질한 탓일까?

깨어져 흰 가루로 내려앉는다.

그런 날 떨지 않고 내가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쪼개지고 타올라서 흰 재라도 날릴 수 있다면

누가 와서 이 몸뚱이에 도끼날을 박아다오

피 한 톨, 뼈마디 한 개 찾아 낼때까지

다만 쪼개질 뿐인 장작으로서

너희가 세우던 푸른 불기둘을 생각하리라.

 

-시집 〈인동일기>에서

 

 


 

김창완 시인

1942년 전남 신안군 출생. 호는 금오(金烏). 광주 조선대 국문과 졸업. 1973년 [서울신문] 신춘 문예에 <개화>가 당선되고, 같은 해 [풀과 별]에 <꽃게> 등의 시가 추천되면서 등단함. "반시" 동인. 1980년 [소설문학] 편집장, 1982년 [여원] 편집장, 1989년 [조선일보] 가정조선부장, 1994년 동 기획출판부장 등 역임. 작품에는 <겨울바다> <인동일기> <소금장수의 재주> 『우리 오늘 살았다 말하자』 《나는 너에게 별하나 주고 싶다》 2011. 제 27회 윤동주 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