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송시월 시인 / 11월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16. 05:00
송시월 시인 / 11월
11월 엷은 햇살이 미끄러진다. 미끄러진 것들 내 손등을 툭 치며 금빛을 쏟아낸다. 눈을 감자 나비들 날다가 이내 사라진다. 백병원 영안실 주위를 서성이는 햇빛 속으로 영락교회와 명동성당이 비스듬히 기울고. 그 중간의 메타세콰이어 기침을 하며 눈부시게 부서지고. 남산 3호 터널을 빠져나온 자동차들 을지로로 청계천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워져가고. 체크무늬 바바리를 입은 내가 가로수 사이로 바삭바삭 스며들고. 11월이 흔들흔들 가라앉고.
송시월 시인 / 4월의 부호들
1 황사바람에 날리는 벚꽃잎들 안약 히아레인 눈물방울에 젖은 붉은 눈동자, 4월의 부호들이 가렵다.
2 눈을 감으면 고흥 반도 내 유년의 방죽 지평선을 날으는 갈매기의 날개가 가렵고 썰물의 갯벌을 기는 꽃게의 빨간 발이 가렵다. 튀는 망둥어의 꼬리가 가렵다.
3 한 치쯤 자란 고만고만한 모싹들이 서로의 등을 긁는 교동면 상황리 논바닥이 천연기념물 205호 저어새의 질척한 울음소리를 긁는다. 등량만에서 산지 직송되어온 염포탕집 냄비 속 오돌토돌 낙지의 발이 내 눈을 긁는다. 떠도는 4월의 부호들이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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