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송승언 시인 / 저주 이미지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1. 24. 05:00
송승언 시인 / 저주 이미지
비가 쏟아진다 우리들 속으로 접히지 않는 뼈처럼 천막을 뚫고 나는 그게 아직 태우지 못한 우리의 악의라는 것을 알지만 가만히 둔다 썩어가도록
우리의 멸시가 슬픔과 질환으로 바뀌어가는 와중에 수풀 속에는 뭔가가 비를 맞으며 굴러다니고 있다
수풀 속에서 단단한 뭔가가 굴러다니기에 그런 건 매번 가져야 할 것으로 생각됐기에
우리는 그것을 두 손 모아 들었다 천막 바깥으로 나와 영혼까지 적시며
그러나 결국, 그래서는 안된다는 걸, 이쯤의 우리는 알고 있었다
월간『현대문학』(2022년 3월호)
송승언 시인 /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공원에 갔어 다듬어진 길을 따라 걸으며 자주 보던 금잔화를 보려고 했지 그런데 그곳에 금잔화는 없었다
노란 게 예뻤는데 벌써 철이 지난 거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철없는 사철나무도 마가목도 청자색 수국도 없었다
주인이 죽어 주인 없는 개도 없었고 아무도 없는 정자도 없었지 공원을 뒤덮는 안개도 없었다 모든것이 흐린 공원이었는데 모든 것이 너무나 뚜렷이 잘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명징한 공원이었다 배후에서 갈라지는 길이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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