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하 시인 / 돈 외 2편
박용하 시인 / 돈
나는 어느덧 세상을 믿지 않는 나이가 되었고
이익 없이는 아무도 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이익 없이는 아무도 가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부모형제도 계산 따라 움직이고 마누라도 친구도 계산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그게 싫었지만 내색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고
너 없이는 하루가 움직이지 않았고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박용하 시인 / 심장이 올라와 있다
눈에서 빛이 반짝거리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번쩍이지 않고 반짝인다 그런 빛을 보는 날은 벌써 특별하다 눈에서 광채가 번뜩이는 사람이 있다 가까이 하기 힘든 힘이 느껴진다 심장에서 올라온 눈물이 겨울 나뭇가지에 얼음처럼 달려 있는 눈도 있다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눈도 있다 그건 숫제 고인 물웅덩이라고 해야겠다 기름 둥둥 떠다니는 세숫대야라고 해야겠다 어떤 빛도 시들고 암흑만 출렁거리는 눈도 있다 끈적거리는 눈빛과 반질반질한 눈빛, 흐리멍덩하고 퀭한 눈빛, 곧 덮칠 듯이 아슬아슬하게 달려 있는 살기등등한 눈빛... 빛의 족보도 가지가지다 아무 데로도 향하지 않는 빛이 마른 잎처럼 겨우 붙어 있거나 어떤 넋도 올라올 것 같지 않은 폐광 입구 같은 눈도 있다 슬프다, 십분만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의 바닥이 드러난다 깊은 광활함, 아득한 유한......그런 눈빛이 그립다 사람의 눈에는 그 사람의 심장이 올라와 있다 중요한 순간이다
-시집 <견자>(열림원) 중에서
박용하 시인 / 木星
확실히, 영혼도 중력을 느낀다 쏟아지는 중력의 대양에서 삶과 죽음을 희롱하는 시를 그대는 썼는가 삶이 시에 빚지는 그런 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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