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시인 / 유리창 외 1편
이태수 시인 / 유리창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고 있으면 새들이 날아들고 나무들이 다가선다 그러나 다가가고 날아가는 건 정작 내 마음일 따름이다
마음의 빈터에 새들을 부르고 나무들을 끌어당겨도 부질없는 일일까
유리창은 투명하고 견고한 벽이므로, 견고한 만큼 투명하고 투명한 만큼 견고한 유리창은 이쪽과 저쪽을 투명하고 견고하게 갈라놓고 말 것이 너무나 분명하므로,
하지만 오늘도 창가에 앉아 유리창 너머 풍진세상을 끌어당긴다
분할된 안팎을 아우르는 꿈에 안간힘으로 날개를 달아 본다 유리창 이쪽 마음의 빈터에 나무를 심고 새들의 노랫소리도 불러 모은다
이태수 시인 / 지나가고 떠나가고
지나간다. 바람이 지나가고 자동차들이 지나간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하루가 지나간다. 봄, 여름, 가을도 지나가고
또 한해가 지나간다. 꿈 많던 시절이 지나가고 안 돌아올 것들이 줄줄이 지나간다. 물같이, 쏜살처럼, 떼 지어 지나간다.
떠나간다. 나뭇잎들이 나무를 떠나고 물고기들이 물을 떠난다. 사람들이 사람을 떠나고 강물이 강을 떠난다. 미련들이 미련을 떠나고
구름들이 하늘을 떠난다. 너도 기어이 나를 떠나고 못 돌아올 것들이 영영 떠나간다. 허공 깊숙이, 아득히, 죄다 떠나간다.
비우고 지우고 내려놓는다. 나의 이 낮은 감사의 기도는 마침내 환하다. 적막 속에 따뜻한 불꽃으로 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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