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정연복 시인 / 첫사랑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2. 17. 05:00

정연복 시인 / 첫사랑

 

 

첫사랑은

오래오래 아름답다

 

이루어지지 못했어도

두고두고 아름답다.

 

첫사랑

그 사람의 얼굴

 

세월이 흘러도

가슴속에 남아 있다.

 

난생 처음의

서투른 사랑이었지만

 

그래서 그냥

티없이 순수했던 사랑.

 

세상에 방금 태어난

아가의 모습같이

 

맑고 깨끗하기 그지없던

그 사랑.

 

 


 

 

정연복 시인 / 꽃과 나

 

 

길을 가다 예쁜 꽃을 만나면

발걸음이 멈추어집니다

 

꽃 앞에서

잠시 마음이 순수해집니다

 

각박한 인생살이 속에

세상 때가 잔뜩 묻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 영혼이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 나는

허튼 욕심 부리지 않겠습니다

 

뭔가 큰일을 해보겠다는

들뜬 야망도 미련 없이 접겠습니다

 

다만 세상의 한 뼘 모퉁이

가만히 지키고 서 있는

 

그저 한 송이 꽃같이

나의 작은 제자리 지키면서

 

꽃을 보면 잠깐 멈추었다 가는

소박하고 여린 마음 하나

 

이 생명 끝나는 그 날까지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정연복(鄭然福) 시인

1957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신학대학 대학원 졸업. 번역가이며 시인. 자연 친화적이고 낭만적인 색채의 시를 즐겨 쓴다. 한국기독교 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