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권정일 시인 / 동작

파스칼바이런 2022. 12. 18. 05:00

권정일 시인 / 동작

 

 

이것은 파이팅을 위해 손이 만들어내는 수화 같은 것이다

 

좀 더 가까이

 

누군가를 중심으로 오른손들이 모여

손등 위에 손 등 위에 손 등위로 손을 쌓아 올린다 돈독해지는 순간이다 하나의 공간이 되는

 

전 지구적인 우리들이 모였다

 

왼손을 그대로 가져와

서로 어깨에 두르고 서로 어깨를 겯는다 돔(dome)이 만들어진다 국가가 만들어진다 울타리 형식이 되는 나 너 우리들, 함께의

 

구(球)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손이 만들어 내는 연속 동작을 멀리서 보고 있으면 심장이 들끓는다 어떤 면으로

 

지구를 돌리고 있다

 

차곡차곡 층을 이룬 구호를 흩뿌리자 경기가 시작되었다

 

계간 『애지』 2022년 여름호 발표

 

 


 

권정일 시인

1961년 충청남도 서천에서 출생.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2003년에는 국제사화집 『숲은 길을 열고』 발간. 시집으로 『마지막 주유소』와 『수상한 비행법』, 『양들의 저녁이 왔다』와  산문집 『치유의 음악』이 있음. 2009년 부산 작가상 수상. 2011년 제1회 김구용 문학상, 2019년 제39회 이주홍문학상 수상. 웹진 『시인광장』편집위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