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미옥 시인 / 탄수화물적 사랑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2. 12. 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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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시인 / 탄수화물적 사랑

 

 

사람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는 단탄지

시험에 잘 나오니까 꼭 암기 하도록

충만한 가정 샘은 침 튀기며 말했지

단백질 . 탄수화물 . 지방

입에 착착 감기는 단탄지

사랑할땐 세상은 적과 동지로 갈린다

먹이려는 자와 밥을 피해 달아나려는 자

나는 투사가되어 조용히 밥을 날랐지

홍탁을 좋아하면 홍탁과

순댓국을 좋아하면 순댓국과

약한 비위가 견딜수 있었던 건

그의 모든 냄새와 연대를 맺었기 때문

따뜻하게 올라와 나른하게 퍼지는 단탄지

몸 안 작은 발전소에선 매일 엔진이 돌았지

 

연대는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단단했던 믿음이 사라지던 날

슬픔보다 먼저 오는 허기

식은 밥 물 말아 먹을 때

눈꺼풀이 떨리는 건 눈물 때문만은 아니었지

예의 없는 날들은 폭주족처럼 지나가고

같이 밥 먹던 사람은 금방 잊히기도 하지

 

어제는 타인이었는데 오늘은 불쑥

임연수 가시를 발라주는 당신

훅훅 올라오는 밥 냄새 빠르게 도는 침샘

연대의 시작이라 말해도 될까

중독성 강한 단탄지의 힘 다시 믿어도 될까

 

 


 

 

김미옥 시인 / 로드숍을 사랑해

 

 

을리브숲 너머 이니스프리에 갈 거예요

누구나 환영해요

일곱 번째 소녀에게 잃어버린

금요일 밤의 열기를 주문할 거예요

맥없는 눈동자에 모카커피로 그러데이션하고

고음과 저음을 시차 없이 오고 간 입술에

도도하고 싶은 레드를 바를 거예요

에뛰드 성에서의 자세는 소녀풍이에요

어리게, 어리게 .볼살을 만져봐요

풍성한 마스카라는 흐린 눈동자를 가려주네요

분홍천지에서 온몸 가득 도화살을 맞고 싶어요

주저하다간 뺏기는 게 젊음이에요

홀리데이는 불현듯 찾아오거든요

바구니 가득 열대 향비누를 담다 급행은 놓쳤지만

만성 재채기 환자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세요

여기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로드숍

주머니 속 블루마블 황금 딱지를 쟁여놓고

성 밖 세싱은 잠시 잊었답니다

 

 


 

김미옥 시인

인천 출생. 성신여자대학교 전통문화콘텐츠학과 졸업. 2010년 월간 《시문학 》으로 등단.2015년 시집으로 『북쪽 강에서의 이별』 『탄수화물적 사랑』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