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시인 / 탄수화물적 사랑 외 1편
김미옥 시인 / 탄수화물적 사랑
사람에게 필요한 3대 영양소는 단탄지 시험에 잘 나오니까 꼭 암기 하도록 충만한 가정 샘은 침 튀기며 말했지 단백질 . 탄수화물 . 지방 입에 착착 감기는 단탄지 사랑할땐 세상은 적과 동지로 갈린다 먹이려는 자와 밥을 피해 달아나려는 자 나는 투사가되어 조용히 밥을 날랐지 홍탁을 좋아하면 홍탁과 순댓국을 좋아하면 순댓국과 약한 비위가 견딜수 있었던 건 그의 모든 냄새와 연대를 맺었기 때문 따뜻하게 올라와 나른하게 퍼지는 단탄지 몸 안 작은 발전소에선 매일 엔진이 돌았지
연대는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 단단했던 믿음이 사라지던 날 슬픔보다 먼저 오는 허기 식은 밥 물 말아 먹을 때 눈꺼풀이 떨리는 건 눈물 때문만은 아니었지 예의 없는 날들은 폭주족처럼 지나가고 같이 밥 먹던 사람은 금방 잊히기도 하지
어제는 타인이었는데 오늘은 불쑥 임연수 가시를 발라주는 당신 훅훅 올라오는 밥 냄새 빠르게 도는 침샘 연대의 시작이라 말해도 될까 중독성 강한 단탄지의 힘 다시 믿어도 될까
김미옥 시인 / 로드숍을 사랑해
을리브숲 너머 이니스프리에 갈 거예요 누구나 환영해요 일곱 번째 소녀에게 잃어버린 금요일 밤의 열기를 주문할 거예요 맥없는 눈동자에 모카커피로 그러데이션하고 고음과 저음을 시차 없이 오고 간 입술에 도도하고 싶은 레드를 바를 거예요 에뛰드 성에서의 자세는 소녀풍이에요 어리게, 어리게 .볼살을 만져봐요 풍성한 마스카라는 흐린 눈동자를 가려주네요 분홍천지에서 온몸 가득 도화살을 맞고 싶어요 주저하다간 뺏기는 게 젊음이에요 홀리데이는 불현듯 찾아오거든요 바구니 가득 열대 향비누를 담다 급행은 놓쳤지만 만성 재채기 환자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세요 여기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로드숍 주머니 속 블루마블 황금 딱지를 쟁여놓고 성 밖 세싱은 잠시 잊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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