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시인 / 모두의 밖 외 1편
이원 시인 / 모두의 밖
의자의 편에서는 솟앗다 땅속에서 스스로를 뽑아 올리는 무처럼
마주해 있던 편에서는 의자가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그림자의 편에서는 벽으로 끌어 올려졌다
벽의 편에서는 영문도 모르고 긁혔다 얼른 감춰야 했다
의자는 날았다 그림자는 매달렸다 속은 알 수 없었다
그림자는 옆을 본 채 벽에 의자는 앞을 본 채 허공에 정지했다
의자와 그림자는 모양이 달랐다 의자의 다리 하나와 그림자의 다리 하나를 닿게 한 것은 벽이었다
의자와 그림자의 사태를 벽은 알 수 없었다
이원 시인 /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이상한 봄
깊은 발은 희망을 모를 테니 깊은 발은 바닥을 모를 테니 깊은 발은 실밥 푸는 곳을 모를 테니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식탁 의자에 몸 냄새가 밴 카디건을 걸쳐두었지만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다시는 환청과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림자의 무릎 뼈가 미처 펴지지 못했다 해도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이상한 봄 달아나는 발목
엄마 아빠 피가 흩어지는 축제
비명과 꽃잎과 누수를 돌멩이와 비닐봉지의 중력을 나란히 이해해
땅을 오래 두드린 발 열리지 않은 땅 풀들은 담장 위로 위로 솟아오른다
이상한 봄 춤을 추다 발목만 남았어 내용을 생각할 틈이 없었어 온몸에 죽음의 불이 붙었었거든
작은 점 하나가 목젖 부근에 눈물을 참으면 울퉁불퉁하다 지구에서처럼
홈리스는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다 새들은 허공을 깨고 간다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서지 않는 엘리베이터에 타본 적이 없어도 바다와 하늘이 바로 다음 언덕에서 만나고 있어도 사방의 벽마다 출구가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구겨진 틈 아니면 조롱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등 너머에서 붙잡던 목소리를 혀처럼 뽑아 쥐고 있어도
나는 사람이다 팔다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너는 사람이다 예쁘고 연한 발목을 가졌다
자를 게 남았다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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