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 시인 / 장미의 골수분자
김왕노 시인 / 장미의 골수분자
뭐 궁리에 궁리를 하며 따질 것이 있느냐. 뭐 볼 것이 있느냐. 우리도 장미 당이 되어 장미의 숲으로 가는 거다. 장미 당의 골수분자가 되어 아직도 메아리치고 있는 러브 이즈 필링, 러브 이즈 터치, 가자, 장미여관으로 ! 외친 시인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회색분자는 싫어. 철새가 떠돈다는 정치판도 싫어 오로지 장미 당에 필이 꽂혀 맹목적일 정도로 장미 당을 따르며 장미 가시에 찔려 패혈증으로 죽은 마리아 릴케를 추모하며 사랑할 때마다 피어나는 신품종의 장미가 자라는 장미의 숲으로 가 우리도 장미를 위하여 장미의 사랑을 하는 거다. 어느 별에서 사랑 할 때마다 장미가 피어나는 백 만 송이 장미보다 더 많은 장미가 피는 장미의 숲을 가꾸려고 나도 외쳐보는 것이다. 장미 이즈 러브, 장미 이즈 필링, 가자, 가자, 장미의 숲으로 장미의 여왕, 장미 축제, 장미의 오월, 장미의 계절, 장미의 한 철이란 장미 당을 시간과 공간으로 오월로 제한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 겨울의 창마다 피어나는 성에꽃도 투명한 장미꽃이다. 신품종이다. 아득한 곳에 피는 상고대도 장미의 숨결로 피어난 것이다. 차디찬 겨울 하늘에 피어난 별도 따뜻한 장미별이다. 장미 이즈 러브, 장미 이즈 필링, 가자, 장미의 숲으로 뭐 이것저것 살펴보고 여기저기 자르고 물어보고 주춤거리느냐. 어떤 재배기술 없이도 장미 당이 되어 사랑할 때마다 장미가 피어나므로 우리의 울력으로 장미의 영토는 점점 넓어져 장미의 나라 장미의 세계 언젠가는 이뤄 장미의 향기 휘날리는 장미의 우주가 될 것이다. 장미 이즈 드림, 장미 이즈 뉴 월드, 장미 이즈 코스모스 가자, 장미의 숲으로 장미가시 같은 장미의 이념에 찔려 흐르는 피를 서로 핥아주다 보면 장미는 끝없이 피어나고 나는 장미뿌리 같은 닻 하나 어느 새 네 깊이 내리고 있을 테니 나마저 너에게 피어난 장미로 행복에 겨워 몸부림 칠 테니 가자, 사랑의 울력으로 장미가 피어나는 장미 숲으로
러브 이즈 로즈, 로즈 이즈 해피, 가자, 장미의 숲으로 장미 숲에 모여든 꽃뱀으로 숨통이 조여 장미의 그늘로 몰락하는 이별의 노래를 불러도 좋으니 사랑은 장미, 장미가 행복인 곳으로, 가자, 가자, 장미의 숲으로
*마광수희 시「가자, 장미여관」 패러디
웹진 『시인광장』 202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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