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희 시인 / 르네 하우스
김택희 시인 / 르네 하우스
안녕, 빌보케! 당신이 곁에 있는 동안엔 난 영 채플린이 되어요
화창한 거실에서 비옷을 입죠 비 내리는 날엔 우산을 거꾸로 써요 빗줄기로 피어나는 꽃을 따라 양팔 벌려 춤을 추어요 덩달아 음악이 자라 파도가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보이지 않는 건반을 두드리면 계수나무의 달고나 향이 찾아와요 꽃밭에 기린이 서 있네요 우산을 건넸더니 바스켓이 되었어요 공이 다시 흘러내린다 해도 우린 진심이었죠
이제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 바라보아요 날갯짓은 점점 커져요 세상은 새장 속에서 자라는 알 코끝 현실은 파이프만은 아니죠
썩 어울린다며 건네준 중절모에서 갓 따온 사과향이 흘러요
달은 자꾸 부풀어요 소란한 건 싫어 가슴에 초록을 품고 눈을 감아요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1월호 발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