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택희 시인 / 르네 하우스

파스칼바이런 2023. 1. 20. 05:00

김택희 시인 / 르네 하우스

 

 

안녕, 빌보케!

당신이 곁에 있는 동안엔 난

영 채플린이 되어요

 

화창한 거실에서 비옷을 입죠

비 내리는 날엔 우산을 거꾸로 써요

빗줄기로 피어나는 꽃을 따라 양팔 벌려

춤을 추어요 덩달아

음악이 자라

파도가 되었다가 바람이 되었다가

보이지 않는 건반을 두드리면

계수나무의 달고나 향이 찾아와요

꽃밭에 기린이 서 있네요

우산을 건넸더니 바스켓이 되었어요

공이 다시 흘러내린다 해도 우린 진심이었죠

 

이제 서로의 얼굴을 가린 채 바라보아요

날갯짓은 점점 커져요

세상은 새장 속에서 자라는 알

코끝 현실은 파이프만은 아니죠

 

썩 어울린다며 건네준 중절모에서 갓 따온 사과향이 흘러요

 

달은 자꾸 부풀어요

소란한 건 싫어 가슴에 초록을 품고 눈을 감아요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1월호 발표

 

 


 

김택희 시인

1964년 충남 서산에서 출생. 디지털 서울문화예술대 문창과 졸업. 2009년 《유심》을 통해 등단. 시집 『바람의 눈썹』. 2008년 동서커피문학상 시 부문 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