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운 시인 / 상강
한소운 시인 / 상강
천금 같은 가을볕에 앉아 만금 같은 사랑을 꺼내보네
푸른 피 뚝뚝 떨구었던 흔적 시들기로 작정한 풀꽃처럼 칸칸이 푸석푸석 무너지고 있네 세상무게 다 짊어졌던 그 자리 빛바랜 글자처럼 희미하게 흩어지네
낡은 일기장속 사진 한 장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아기와 눈맞춤하네 새순 터지는 꽃잎의 옹알이 같은 오~ 우~ 한 음절씩 터져 나오는 소리 조가비만한 꼭 쥔 주먹을 내 입속에 넣어주며 까르륵 웃는 소리 내가 그만 아득해지네 희뿌연 사진의 검은 눈망울, 흑백의 하루하루가 내 얼굴의 빛과 그림자로 얼룩지는
창가엔 단풍 빛 울긋불긋
상강의 눈빛시린 하루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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