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희 시인 / 봄날 외 1편
김원희 시인 / 봄날
문방구 앞 빨간 우체통 추억처럼 서 있다
어릴 적 펜팔친구 꽃 편지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쓴 끝에는 우리 우정 변치말자 했던가 우체통에 20원짜리 우표 붙인 편지 하루빨리 전달되기를 바라며 손끝 떨렸었지
기다림 한 주 만에 온 답장에는 곱게 말린 네잎 클로버에 명함사진 한 장 부푼 설렘 동봉 ‘방학 때 만나자! 놀러와’
주소보고 지도로만 수백 번 갔었다
세월 지나 모두 잊었나 했는데 고스란히 추억을 상기시켜준 빨간 우체통 지나가던 몇몇 여학생들의 재잘거림
거기에 문득 내 소녀 적 친구들 웃음소리 섞여 들려오는,
목련꽃 화사한 4월에
김원희 시인 / 폭우
여름 내내 비가 내렸다 지상을 점령했던 비장군이 저지른 만행 할퀴고 무너뜨리고 인명까지 무참히 짓밟고 갔다
폭우에 연이은 재해 하늘에서 주관하는 일 사람이 관여할 수 없나보다
인생의 짐 또한 각자의 몫 원치 않아도 살아내야 하는 폭우에 삶을 유린당해도 어쩔 수 없이 지상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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