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서영처 시인 / 목련 외 2편

파스칼바이런 2023. 3. 1. 05:00

서영처 시인 / 목련

 

 

어디서 홰치는 소리에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니

어라, 둥근 알을 깨고

세상 궁금한 것들이

푸드덕 날개를 펴는 것 아냐?

저 햇것들 좀 봐!

횃대 위에 줄지어 앉아

힘껏 목청을 높이는,

 

 


 

 

서영처 시인 / 장미 피어날 때

 

 

화단에 빨갛고 노란 장미 피어날 때

 

신호등에선 빨갛고 노란 불빛 피어난다

 

일년내내 피어난다

 

 


 

 

서영처 시인 / 태양, 물 위의 연꽃들

 

 

 누각은 기러기나 오리의 날개처럼 세워진다 그 아래 내 안압을 팽창시키는 못이 있다

 중얼중얼 물결 퍼지자 대궁은 움켜쥐었던 햇살 펼친다 꽃잎은 손가락이다 못의 근심이 밀어올린 태양, 망막을 찢으며 수면 구석구석을 수런댄다

 

 매표소 근처 바람개비 파는 여자, 장맛비 못 둑 넘치게 울어 눈이 벌겋다 생각난 듯 가슴 헤치고 돌아앉자 주린 젖먹이, 어미의 무덤 속으로 파고든다 아기 잇몸 뚫고 하얀 꽃잎 돋아난다 가쁜 숨들 어둠 삼키고 자맥질 치며 솟아오른다

 

 


 

서영처 시인

1964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 경북대학교 음악과에서 바이올린 전공. 영남대학교 국문학 박사 학위. 2003년 계간 《문학 . 판》에 〈돌멩이에 날개가 달려있다〉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저서로는 시집으로 『피아노 악어』 『말뚝에 묶인 피아노』와 산문집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노래의 시대』 『예배당 순례』가 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 현재 계명대학교 교양교육대학 교수로 재직 중. 웹진<시인광장>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