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재 시인 / 고등어 외 1편
석민재 시인 / 고등어
수족관 앞에서 만납시다
방임이면 빙임 방관이면 방관
우리한테 오늘 내일이 어디 있었다고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 일관성 있는 고등어가 딱 좋아요
죽는 줄도 모르고 뱅뱅 돌다 왔지요
일란성 이란성 한 박자 두 박자 차죽피죽화거죽 풍타지죽랑타죽*
김삿갓도 모르면서 죽죽 족족 괜찮아요, 괜찮지요 괜찮아야 하지요
가죽 가족 공동회장 반항과 방향에 대하여 향후와 대책에 관하여
가정(假定)을 해 봐도 등, 등, 등
살아 있는 것은 절대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등이 푸른 것은 몸부림치고 살아온 증거입니다
등이 시려도 만세삼창이나 할까요
사람 말고 상황 믿으라고 또 뱅뱅 돌려 말하는데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자세라는데
우리는 고등어 먹을 이유도 모르고 먹고요 고등어는 빙빙 돌 이유도 모르고 돌고요
두툼하네요, 긴장하니까 기침하잖아요
기척이나 눈물 없이 어떻게 희망해요 모가지를 잘라 버리니 놀랄 일도 없지요 더 이상 놀랄 게 없고요
어쨌든 그래요, 만납시다, 그럽시다
*此竹披竹 化去竹 風打之竹 浪打竹 이대로 저대로 되어 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김병연(김삿갓)의 竹詩 중에서
석민재 시인 / 거짓말처럼 피노키오를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개에 물린 상처에는 이빨이 박혀 있고 나무는 피를 흘릴 수가 없어서 울지도 못해요 드러낼 앞니가 없어서 노려보지도 못해요
나뭇잎 무늬 잠옷을 입고 그네를 타요 입이 없는 눈사람과 키스를 해요 어른이 아니야 정말 어른이 아니야 아직도 이 젖병에는 푸른 움이 돋잖아요
날씨가 맑으면 손가락인형을 사러 시내에 가요 당신은 엄마가 아니에요 나는 엄마가 없어요 머리를 긁으면 비듬 같은 거짓말이 줄 줄 눈밭에 개를 묻었어요 빨간 팝콘이 피었어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에요 목 잘린 개가 다시 살아났잖아요 개에게 물린 자국에도 파란 움이 돋았어요 나도 앞니가 생기려나 봐요 풋풋풋 웃을 때마다
불에 탄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덧칠할수록 희미해지는 그림을 그렸어요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피노키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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