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 시인 / 퇴고(推敲)의 변(辯) 외 1편
이가을 시인 / 퇴고(推敲)의 변(辯)
비명소리 들리는 잠목 숲엔 벌목꾼의 톱질 낫질이 한창이다 설익어 삐걱거리고 휑하거나 산만(散漫)할 때 또 잔가지가 너무 무거우면 아까워도 버릴 줄 알아야 오롯이 나무가 된다고
수북이 쌓인 비문(非文)들을 보며 (대충하지 말고 제대로 미쳐봐 재목이 되려면 깊게 생각할 줄 알아야 해 죽을 각오로 치열하라고) 상념에 젖어 있던 벌목꾼의 간절한 당부의 말 가슴으로 듣는다.
이가을 시인 / 피의 무덤 스무날
탕,타탕!! 타탕!! 신이 허락하지 않은 죽음을 전시하러 온 침입자들
나른한 햇볕을 깨뜨린 파열음 유리창 밖 난입한 초록의 파편인가 하였다.
흰 병동을 깨우고 온 인민군들 서울대부속병원의 6월 28일 아침을 깨웠다. 피에 젖은 공포의 비명들
“원쑤 놈의 앞잡이들이 여기누워 있다!”
중환자, 국군부상자들에게 총알을 쏘았다.
숨은 자들 찾아 석탄더미에 생매장하고 살려 달란 외침도 떨림도 석탄더미에 묻혔다.
만개한 꽃들 초여름의 일 흰 병동을 붉은 피로 물들인 ‘학살’이었다.
“죽을 목숨 살려고 온 병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아들, 어떻게 널 보내- 아들아, 가지 마라. 엄마 두고 가지 마-”
죽어야할 이유도 모른 망자는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내였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다. 시신들 널린 이곳
목숨 스러진 피의 무덤에서 스무날을 울었다.
역사 앞에서 묘비명을 쓴다. 누가 원쑤놈의 앞잡이인가! 반동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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