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박관서 시인 / 천국의 인사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3. 3. 8. 05:00

박관서 시인 / 천국의 인사

 

 

어머니가 거수경례를 한다 밖에는

살갗 저미는 겨울비가 내리고

 

홀어미로 산 오십여 년의 기억들이

반백의 자식들을 울먹이는데

 

해맑은 합죽이 치매 노인이 담겨있는

요양병원이 살아있는 천국이다

 

모든 탑의 문이 아래에 있듯이

모든 마음의 문도 몸에서 열린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우리는 서둘러

각 잡힌 경례를 천국으로 보냈다

 

 


 

 

박관서 시인 / 바라보는 미얀마여, 바라보소서!

 

 

내게 젖을 물린 어머니를 바라보듯이

바라보소서, 미얀마여!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로 갔지, 오월이 되면

 

금남로에서 망월동에서 두부처럼 잘린 너의 유방과

꽃잎처럼 뿌려진 너의 붉은 핏자국들을

 

바라보면서 단지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치가 떨리던 미얀마여, 바라보소서!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모든 것으로 알고

모든 것을 지우는 저들의 눈을

눈으로 바라보소서! 푸줏간의 고기가 되어

법과 명령으로 살인을 즐기는 저들을

 

하나가 전부인 생명을 모르고

약자가 정의인 국가를 모르는

 

저들, 어미의 품에서 나서 어미의 품을

헤집어 찢어발기는 저들을 바라보소서!

 

돌아갈 곳 없는 무국적의 짐승들

빛도 그림자도 없는 무저갱에 갇혀

 

휘두르는 총칼을 수저나 골프채로 알고

단지 제가 제 살을 파먹는, 저들을

 

잊지 말고, 용서하지 말고, 새기고

새기며 바라보소서, 미얀마여!

 

 


 

박관서 시인

1962년 전북 정읍에서 출생, 본명: 박관섭. 조선대 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목포대 교육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6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시집 『철도원 일기』 『기차 아래 사랑법』 『광주의 푸가』 등이 있음.  제7회 윤상원문학상, 2014년 도라지문학상 수상.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 역임. 30년째 철도 공무원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