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

김동수 시인 / 비금도 외 1편

파스칼바이런 2023. 3. 11. 05:00

김동수 시인 / 비금도

 

 

섬은 늘 깃치는 소리로 떠 있다.

 

바다에서 돌아온 아이들은

시퍼런 파도를 토吐한다.

 

우리의 달은 어디에 있나요

빈 섬을 보채다

어둠 속에 안개처럼 웅크리고

몇 년이고 잠들지 못한 꿈

 

목선마다 하나 둘 불이 꺼지고

출렁거릴수록 가랑잎처럼

밀려만 가는

바람 탄 비금도에서

 

갈기갈기 헤진 일상을 투망질하던

아이들은

새벽이면 맨살로 바다로 간다.

 

우우 또 한 차례

몰려왔다 포말泡沫지는

하얀 새떼들의 울음

 

호드득 호드득 갈매기 되어

꿈에만 날아보던 하늘을 두고

 

섬은 늘 깃 치는 소리로

가난한 아이들의 울음을 건지고 있다.

 

 


 

 

김동수 시인 / 늑대와 함께 춤을

 

 

꿈틀거리는 것은

모두 춤이 되나니

 

울고

웃고

사랑하며

 

밤새워

홀로 불타올랐던

 

내 장엄한 생生의

절정들이여

 

까무러쳐 죽기 전

또다시 춤을

 

모닥불 피워 놓고

손뼉 치며

 

늑대와 함께

춤을 추던

 

존 던바 중위처럼

 

-시집 <늑대와 함께 춤을> 중에서

 

 


 

김동수(金東洙) 시인

1947년 전북 남원 출생. 전주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원광대학교 국어국문과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 1982년 월간 <시문학>에 추천 완료되면서 등단. 미국 U.C. 버클리대학 객원 연구원,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시나리오극작가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교무처장 역임. 1989년 제30회 전북문화상, 2001년 제10회 한국비평문학상, 2004년 제29회 시문학상, 2014년 대한문학상, 2018년 제7회 중산문학상 등을 수상. 시집 <하나의 창을 위하여> <나의 시> <하나의 산이 되어> <그리움만이 그리움이 아니다> <겨울 운동장> <말하는 나무> <그림자 산책>